[교사가 벌인 사기도박에 빠진 한 가장의 눈물]

엄기찬 2014. 3. 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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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엄기찬 기자 = 그는 40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한 고등학교 교사와의 만남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줄은 몰랐다.

그저 친구 좋아하고 주변 사람을 너무 믿었던 것이 탈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그는 십년지기 친구의 소개로 한 교사를 만났다. 교사라는 신분에 성격도 활달했던 터라 그와 금세 친분이 쌓였다.

건축 관련 자영업을 하는 그에게 조기축구회와 같은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대인관계가 좋았던 그 교사의 친분은 큰 밑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처음 가벼운 식사자리는 만남이 잦아질수록 술자리로 바뀌었고 그때마다 그는 넌지시 카드 도박 얘기를 꺼냈다.

그와의 친분을 유지하려면 카드 도박을 하며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순탄했던 그의 삶이 어긋나고 꼬이기 시작한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 교사의 꼬임은 교묘하고도 지독했다.

'사업에 도움이 될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는 말로 그를 꾀어냈다. '몸에 좋은 것(개구리 보신)을 준비했다'는 둥 그를 꼬드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가 모르게 어김없이 모텔과 여관 등에서 사기도박판은 준비됐다. 특수 제작된 렌즈와 형광물질로 표시된 카드, 속칭 '기술자'라고 불리는 이까지 동원됐다.

이렇게 준비된 도박판에서 그는 호구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판이 거듭될수록 잃은 본전이 생각났다. 끊기 힘든 미련이었다.

심지어 모든 돈을 잃어 빈털터리가 된 날 그 자리에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사기도박의 굴레에 빠져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2년 동안 그가 날린 돈만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가정파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내는 헤어지자고 요구했다.

그나마 그가 하는 사업을 말아먹지 않고 사기도박에 걸려 거지꼴이 된 친구를 떠올리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 교사를 소개해줬던 친구는 가지고 있던 집이며 운영하던 사업체까지 모든 재산을 날려 지금은 거의 폐인이 됐다.

피해자 A(44)씨는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모든 처벌을 받더라도 나와 같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싶었다"며 "죽을 결심도 했지만, 이제라도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피해자만 3~4명은 된다"며 "어찌 교사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특수 제작된 렌즈 등을 이용해 사기도박단을 운영해 수억 원을 가로챈 모 고등학교 교사 B(52)씨 등 4명에 대해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dotor011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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