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몸속 3.5m짜리 기생충.. 사실은 無害

이용권기자 2014. 3.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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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불안의 虛實..흉측한 외형과 달리 질병발전 안돼

최근 13세 남자아이의 몸속에서 길이 3.5m의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충약을 사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의 이름은 '광절열두조충'으로 몸에서 일반적으로 최대 10m까지 자라며 가장 긴 것은 25m까지 보고된 바 있는 대형 기생충이다.

이처럼 큰 기생충이 몸에 서식하면 '건강에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까' '나도 감염될 수 있지 않을까' 등의 걱정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생충은 흉측한 외형과 달리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회충약을 정기적으로 먹을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흔히 기생충은 모양에 따라 조충(촌충)과 선충, 흡충 등으로 구분된다. 조충은 마디가 있는 형태로 이번에 발견된 광절열두조충도 여기에 속한다. 선충은 선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형태로 가장 잘 알려진 기생충인 회충과 편충, 요충, 구충 등이 해당된다. 흡충류는 빨판이 있는 기생충으로 간 등에서 발견되는 디스토마(간흡충)가 대표적이다.

기생충은 대부분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회충이나 편충 등은 토양 매개성 기생충으로 분변이 뿌려진 밭 등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야채 등을 먹었을 때 몸속으로 들어온다. 조충과 선충은 송어나 연어 등의 생선을 날로 먹는 경우에 감염된다. 광절열두조충에 감염된 13세 소년도 평소 연어회와 송어회를 즐겨 먹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절열두조충의 유충은 1㎝ 내외의 크기이지만 색깔이 하얀색인 탓에 송어회나 연어회에 붙어 있어도 발견하기 어렵다.

기생충 감염은 약 한 알이면 해결된다. 조충과 흡충은 디스토마약인 '프라지콴텔'을 먹으면 없앨 수 있다. 선충은 회충약 '알벤다졸'을 복용하면 치료된다. 흔히 사람들이 기생충약으로 알고 있는 구충제는 바로 이 알벤다졸이다. 하지만 기생충약의 효과는 분명히 구분돼 있어 회충약을 아무리 먹어도 조충과 흡충은 박멸할 수 없다. 또 회충약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지만 디스토마약은 독성이 강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정기적으로 회충약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서민(기생충학) 단국대 의대 교수는 "회충은 거의 퇴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약을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심리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의학적으로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은 질병관리본부 말라리아기생충과 연구관도 "회충은 오염된 토양을 통해 감염되는데 과거 논밭에 분변을 거름으로 사용할 때나 나오던 것으로 퇴비를 사용하는 최근에는 감염이 거의 없다"며 "회충, 편충, 구충의 감염률은 최근에 0.01%까지 떨어진 만큼 회충약을 먹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조충과 흡충에 대비해 디스토마약을 정기적으로 먹는 것도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서 교수는 "디스토마약은 회충약에 비해 약값이 비싼 데다 조충 등에 감염될 확률이 1000분의 1 정도밖에 안 돼 정기적으로 먹는 것은 과잉복용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대변 검사를 하는 것이다. 기생충에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길이가 긴 광절열두조충에 감염돼도 복부 불쾌감이나 설사 정도 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대부분 배탈 등으로 오인하고 넘어간다. 또 기생충은 대부분 소장에 기생하고 있어 대장 내시경 검사로도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변 검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기 불편하다면 가끔 본인의 대변을 확인해 보는 방법도 있다. 이 연구관은 "조충은 사람 몸에서 최대 10m까지 크는데 길이가 길어지면 스스로 몸의 일부를 조금씩 잘라 대변에 섞어 내보낸다"며 "1㎝에서 길게는 30㎝ 이상 되는 편절이 대변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대변에서 기생충이 관찰되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면 된다.

현재 기생충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송어회나 연어회 등을 삼가면 된다. 그러나 회를 먹지 않아야 할 만큼 기생충이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렵다. 서 교수는 "기생충은 흉측하게 생긴 외형과 달리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몸에서 발견돼도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되지 않고 약을 먹으면 치료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이 매우 낮은 만큼 편하게 회를 즐기라고 말한다"며 "아주 드물지만 혹시 기생충이 생겨도 약을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도 "3.5m 길이의 조충이 13세 아이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지만 약으로 치료가 가능해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걸리는 기생충'에 대한 우려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피부나 근육, 눈과 뇌로 침범하는 갈고리촌충의 유충인 유구낭미충이 돼지고기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국내 돼지에서 유구낭미충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돼지는 더 이상 사람의 변을 먹지 않아 갈고리촌충의 유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없고, 국내 검역 과정이 철저해 수입 돼지에서도 걸러진다는 것이다. 유구낭미충에 감염된 돼지가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1990년이 마지막이다. 또 소고기에서 간혹 발견되는 민촌충의 유충도 사람에게 증상을 일으킨 경우가 없어 육회 등을 먹을 때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회충의 경우 일부가 사람의 뇌나 눈으로 침범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비위생적인 음식은 주의해야 한다. 개회충은 말 그대로 강아지의 몸에 기생하는 회충으로 개의 변을 통해 개회충알이 나오고 이것이 사람 몸에 들어갔을 때 드물긴 하지만 눈으로 침범해 실명을 일으키거나 뇌로 침투해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개회충의 감염원은 동물의 생간으로 특히 소간에 많다. 소가 풀을 뜯거나 사료를 먹을 때 개회충알이 소의 간으로 가고 이것을 날로 먹을 경우 발생한다. 오리 간이나 타조 간 등을 먹을 때도 감염될 수 있고 자라 피를 먹고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서 교수는 "개회충은 일반 회충과 달라 회충약도 잘 듣지 않는다"며 "생간을 먹을 때는 주의하고 감염될 경우 최소 1주일 이상 회충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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