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채용 20:80 .. 슬픈 인문계

김영민 2014. 3. 1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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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명 뽑은 삼성, 인문계 6만명 지원 800명 합격고교·대학생 인문계 1.5배 .. 기업 수요와 미스매치

2년째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최모(27·여)씨.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그가 입사원서를 쓰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사항은 학점도 자격증도 아닌 바로 전공이다. 최씨는 지난해 하반기 50곳의 대기업·금융회사에 공채원서를 냈지만 5곳을 빼고는 서류전형에서 낙방했다. 그는 "그나마 면접에 들어간 곳에서는 '전공으로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말문이 막히더라"고 씁쓸해했다.

 대졸 취업준비생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4대 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인문계 출신 기피 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 선발된 5명 중 4명은 이공계 출신이었다. 그러나 인문계 출신 지원자가 많다 보니 경쟁률은 이공계의 9배나 됐다. 중앙일보가 11일 삼성·현대자동차·SK·LG그룹의 지난해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 합격자의 전공을 확인한 결과다. 취업시장에서 인문계 전공이 넘쳐나는 이 같은 '미스매치(수급 불균형)'가 해소 안 되면 복잡하게 꼬인 청년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대졸공채 지원자(총 10만3000명) 가운데 인문·이공계 비율은 6대 4 정도로 이공계 출신이 약간 더 많았다. 문과 출신 지원자가 최대 50%까지 지원할 때도 있다는게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은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약 5500명)의 85%를 이공계로 채웠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인문계 출신의 입사 경쟁률은 약 75대 1로 이공계(약 8.8대 1)의 아홉 배 수준이다. 다른 그룹도 비슷하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전자 3사(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의 인문·이공계 비중은 2대 8이다. SK그룹의 인문계 채용 비율(30%)이 그나마 높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사실 대졸 공채 지원자 비중은 인문계 60%, 이공계 40% 정도로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다"며 "인문계 출신의 대기업 입사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이 핵심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기술 개발이 중요한 만큼 이공계가 아무래도 쓸모가 많다. 산업이 고도화하고 융·복합이 강조되면서 비즈니스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이공계 쏠림을 부채질한다. 무역업으로 출발한 LG상사는 글로벌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변신했고,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도 지금은 화학·철강·그린에너지로 먹고산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 임원은 "이공계의 경우 수도권 대학에서 전자·화학·기계공학과 등을 전공하면 취업률이 사실상 100%"라며 "반면 인문계는 상경 전공자가 아니면 서울 중위권 이하 졸업자는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다른 대기업 채용담당 임원도 "영업에서도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닌 이공계가 더 유용하다"고 전했다.

채용시장에서 인문계 출신의 설 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이미 주요 그룹은 노골적으로 '이공계 우대'를 선언했다. 현대차 그룹은 공채 지원자격을 사실상 이공계 출신으로 한정했다. 인문계 출신은 상시채용을 통해 '필요할 때 조금씩 뽑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치권과 대학의 반발로 백지화됐지만 '서류심사 실시, 찾아가는 채용' 등을 내세웠던 삼성의 채용 개편안도 공모전·실습·인턴 등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이공계에게 유리한 조치였다. 최근에는 인문계가 상대적으로 입사에 유리했던 금융회사도 금융공학·파생상품을 다룰 줄 아는 이공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미스매치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의 경우 문과 대 이과 비율이 대략 6대4다. 4년제 대학 정원 역시 문과가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88개 대학의 입학정원 중 48.4%가 인문·사회·교육계열, 38.5%가 공학·자연과학계열(의·약학 포함)이다. 지난해 대학 졸업자 29만여 명 중 공학·자연과학계열 학생은 40.3%로 10년 전(47.0%)보다 되레 줄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문·교양 관련 학과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 대학들은 기존 학과의 반발 등으로 산업계나 사회의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문별 특성화나, 규모에 따른 차별화를 통해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한국의 대학 구조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민·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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