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정부는 '부정수급 찾기'만 바빠

2014. 2.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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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 모녀의 죽음이 남긴 과제

식당일 박씨, 기초수급 신청 않고

신청했어도 안됐을 가능성 커

실직 뒤엔 긴급지원도 못 받아

"정부, 소극적 복지 벗어나빈곤층 발굴 등 적극 나서야"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겨두고 함께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비극'을 두고,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긴 사각지대가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경찰과 서울 송파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아무개(61)씨 모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에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복지제도이고, 의료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위한 의료보장제도이다.

여러 사정을 볼 때 박씨 모녀는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보증금 500만원의 월세방에 살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때 적용하는 재산환산액은 0원이지만, 식당 일을 전일제로 계속했을 경우 월 150만원 이상을 벌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수급 대상자 선정 기준인 3인 가족 최저생계비(132만9118원)를 넘는다. 따라서 박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 정도로 가난에 치였지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생계비의 120% 수준(158만원)을 적용하는 차상위계층에는 해당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씨의 경우 지난달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이들에게 적용하는 긴급지원 대상자는 될 수 있었다. 만약 박씨가 이 제도를 알았고, 송파구가 이 제도에 따라 지원을 했다면 이번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긴급지원은 연락이 두절된 가족의 소득 등으로 기초수급자 자격에서 벗어나거나 갑작스러운 실직 등으로 생활고에 빠진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복지제도이지만 송파구는 세 모녀의 존재를 몰랐다.

홍순화 송파구 복지정책과장은 "동 주민센터나 구청 상담기록이 전혀 없어 이들이 생계 곤란 처지에 놓인 것을 알 수 없었다. 지난겨울 공과금 체납 가구 조사 뒤 128가구에 30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이분들은 체납한 적이 없어 빠졌다. 끝까지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죽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신청주의'로, 수급 대상자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런 신청주의 탓에 소극적 권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가 이런 제도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수급자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 등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일선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읍·면·동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은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쏠림 현상으로 1인당 수백명의 수급자를 담당하고 있어, 적극적 사각지대 발굴이나 현장 조사는 꿈꾸기 힘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이래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가동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보다는 '부정수급자 색출'에 치중하는 등 복지정책이 거꾸로 가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는 매년 줄고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늘고 있다. 2010년 155만여명이던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해 135만1000여명으로 줄었고, 부정수급 적발은 2010년 2759가구에서 지난해 1만222가구로 급증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주장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부정수급자를 적발하는 것보다 사각지대의 빈곤층을 찾아내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준현 정태우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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