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위조된 공문서' 증거로 제출한 검찰, 재판부 속이려 했나

류인하 기자 2014. 2. 1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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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모든 증거 탄핵되자 '북 안 간 사람을 간 것으로'
검찰 스스로 존재 이유 부정.. 국정원·외교부 수사 불가피

검찰의 '위조된 공문서 법정 제출 사건'은 '법치'를 구현해야 할 검찰이 '불법'으로 조작된 증거물을 핵심 증거로 법정에 제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파문이 예상된다.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혐의를 입증하고, 국가정보원 등의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검찰이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은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항소심에서 검찰이 내놓은 유일한 물증이다. 앞서 검찰이 1심에서 내놓은 물증은 모조리 탄핵됐다.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은 모두 중국 옌지에서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비슷한 시점에 찍은 유씨의 사진 중 촬영지가 중국임이 명백한 사진은 법정에 내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가 북한에 머물렀다는 2012년 1월23일께 유씨가 중국에서 통화한 통화내역이 나왔음에도 역시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1심 결과는 검찰의 참패였다. 그러자 검찰이 2심에서 유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새롭게 내놓은 게 유씨의 출입경기록이다. 검찰이 법정에 낸 출입경기록은 중국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싼허변방검사참(검문소)의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3가지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 재판부에 지난 13일 보내온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 내용. 대사관은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문들에는 유씨가 2006년 5월27일 오전 10시24분쯤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50여분 뒤인 오전 11시16분쯤 다시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이후 유씨가 보름 가까이 북한에 머물다 다음달인 6월10일 오후 3시17분에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3일 서울고법에 발송한 '사건번호 2013노2728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사실조회서에 대한 회신'을 통해 검찰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3가지 공문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결국 검찰이 발급받았다고 주장하는 출처가 실제는 발급권한이 없는 기관인 데다 도장 등 직인이 중국 내에서 사용되지 않는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할 수 있는 중국 내 공식기관은 허룽시 공안국이 아닌 상위기관인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다. 그러나 해당 기관에서는 검찰에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증거가 탄핵됐고, 검찰이 항소심에서 내놓은 유일한 물증은 위조된 것이다.

검찰이 위조된 증거 중 2가지는 국정원으로부터, 하나는 외교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국정원과 외교부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씨 사건은 국정원이 수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가 수사지휘 및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검찰이 공문서가 조작된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냈다고 해도 문제가 크다.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기관이 핵심 증거물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중 간 외교적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서울고법에 발송한 '회신'에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되며"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하고자 하오니" 등 표현을 써가며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위조된 공문서가 법정에 제출된 경위와 출처 등을 확인해 알려달라고 서울고법 재판부에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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