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무용수 '노예 노동' 시킨 새누리 홍문종

2014. 2.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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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노동자들

수당도 못받은 채 공연 강요받아

여권 압수도…"숙소엔 쥐 들끓어"

"인간답게 대우하라" 집단 반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이사장

박물관장 "왜곡된 이야기 기사화"

파이나(27·여)는 2009년 11월 짐바브웨에서 한국에 왔다. 조국의 조각예술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 들어가면서 꿈은 "악몽이 됐다". 파이나는 이 박물관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 8시간씩 조각을 하면서 월급으로 65만원을 받았다. 법정 최저임금은 한달에 126만9154원이었다. '왜 65만원만 주느냐'고 항의할 때마다 박물관 관리자는 "소용없다"고 했다. "이사장이 한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항의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이 박물관의 이사장은 핵심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59)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다.

파이나처럼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조각·공연 등의 일을 해온 아프리카 이주노동자 12명이 1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 모였다. 전체 노동자는 24명이었지만, 8명은 귀국했고 4명은 도망갔다고 한다. 이들은 노예처럼 일해왔다고 폭로했다. 최저임금, 적정 식비, 휴가 등 어느 것 하나 관련 법규에 따라 지켜진 게 없었다고 한다.

북서아프리카에 있는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엠마누엘(34)은 2012년부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전통공연장에서 춤을 춰왔다. 엠마누엘의 월급은 60만원이었다. 법정 최저임금으론 105만5893원을 받아야 했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의 우리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춤꾼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남은 돈이 전혀 없다.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엠마누엘 등 부르키나파소 출신 공연노동자 8명은 9일 계약이 만료됐다. 예술흥행비자가 만료되기 전인 27일까지 출국해야 한다.

이들은 쥐가 옷을 갉아먹는 곳에서 자고 상한 쌀로 밥을 해 먹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라자크(26)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 계약할 때는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갖춰진 훌륭한 기숙사를 제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와 보니 숙소 유리창에 구멍이 뚫려 있고 쥐가 들끓었다"고 말했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숙소의 현관 유리도 깨져 있다고 한다. 기숙사에는 난방과 단열이 전혀 되지 않는 방도 있었다. 식대는 하루 4000원이었다. 2012년 7월까지는 2500원이었다. 파이나는 "한국에서 도저히 세 끼를 해결할 수 없는 돈이었다. 항의하자 밥을 직접 해 먹으라며 쌀을 줬지만 상한 쌀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그 쌀로 지은 밥을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4명이 이런 환경을 견디다 못해 무단이탈하자 박물관 쪽은 남은 노동자들의 여권을 압수하기도 했다. '우리의 권리'라며 노동자들이 반발해도 소용없었다. 하루 3회 공연이라는 계약 사항도 전혀 지켜지지 않아 하루 4번, 많게는 6번까지 공연했다고 한다. 연장수당이나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 퇴직금 역시 전혀 받지 못했다.

이날 새누리당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전통악기 둔둔과 발라폰을 두드렸다. 아프리카대륙 모양을 본떠 만든 손팻말에는 영어로 '한국을 사랑하지만 박물관 이사장은 나쁘다' '우리는 자유'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인간답게 대우하라"며 어눌한 한국말로 구호도 외쳤다.

이와 관련해 홍문종 사무총장은 개인적 해명 대신, 박상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장 명의의 해명 자료를 냈다. 박 관장은 자료에서 "법정 최저임금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들의 월 급여는 110만원이다. 1일 3회, 1회 공연시간은 40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숙소는 세채 중 구옥(오래된 집) 한채의 환경이 열악했다. 이주노동자가 잠적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이 생겨, 고육지책으로 여권을 일괄 보관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인정했다. 박 관장은 "홍문종 의원은 바쁜 의정활동으로 박물관 운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사무총장은 2010년 8월 이 박물관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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