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산에서 들개 '불쑥불쑥'
[한겨레] 반려견들 산책길서 잇단 피해
버려진 개들 늘며 야생견된 듯
반려견 룰루(코커스패니얼)는 지난해 서울 인왕산에서 큰 변을 당했다. 홍제동에 사는 주인 권아무개(52)씨와 산책을 나선 길에, 갑자기 들개 두마리가 달려들어 어깨와 엉덩이를 물어뜯었다. 병원 수술비로 300만원이 들었다. 괄약근 수술을 마쳤지만 룰루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권씨는 "수술을 받고 강아지가 바보가 돼버렸다.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박아무개(31)씨도 지난해 반려견 몽이(잡종)와 뒷산에 산책을 나갔다가 야생 들개를 만났다. 몽이에게 달려든 들개는 머리와 다리 등 10군데 넘게 물고 달아났다. 박씨는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큰 이상은 없었지만, 몽이가 두려움에 질려 그 뒤로 산책을 잘 나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의 야산에서 불쑥 나타나는 들개 탓에 반려견과 주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늘고 있다. 들개에게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을 길은 없어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야생 들개는 대부분 유기견이다. 재개발 등이 이뤄질 때 주인이 버리고 간 개가 많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야생 들개는 주인을 찾아주거나 안락사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들개는 야생이지만 야생생물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해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공고를 내는 등 절차를 거친 뒤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시킨다"고 말했다. 농림부 집계를 보면, 2012년 유기견은 5만9168마리로, 2011년 5만5902마리에 견줘 3200마리가량 늘어났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정책이사는 "동물을 무조건 희생시키는 것보다 원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들개는 재개발되면서 버려진 개들이다. 개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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