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로명주소 문제 언급했다고 징계.. 말이 됩니까"

2014. 2.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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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본부 '언론대응 말라' 집배원에 함구령 논란

"새 주소(도로명주소) 문제를 얘기했다고 징계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혼란을 겪고 있는 새 도로명 주소에 대해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등을 대상으로 언론 등에 문제점을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집배원들은 설 전후로 인해 우편물 등이 폭주하는 데다 익숙하지 않은 주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불만조차 토로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본부는 새 주소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초 '도로명주소 시행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방안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3600여개 지역우체국과 우편취급소에 하달했다. A4용지 5장 분량의 이 공문에는 '집배원들의 도로명주소 숙지도 평가 결과 2011년에는 75%였으나 현재는 95%로 높아졌다', '새 주소 사용으로 배송이 지연되는 등 혼란은 없다', '도로명 주소와 관련해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우려되니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말을 삼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부 지침을 받은 일부 지역우체국은 집배원들에게 '새 주소의 문제점을 언론 등에 발설할 경우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에서 혼란을 겪는 집배원들의 입단속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있을 경우에만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부는 또 설을 앞두고 언론과 접촉한 집배원을 색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우정사업본부를 통해 안양우체국의 당일 배송물량 통계를 요청하자 본부는 취재에 응한 집배원을 색출하라고 지시했고, 안양우체국은 150여명의 집배원을 대상으로 확인에 나섰다. 당시 취재에 응했던 한 집배원은 "새 주소 시행 이후 근무현장에서는 배송이 늦는다는 민원에 시달리는데 우체국에서는 근무환경 개선도 하지 않고 입조심하라고 강요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집배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20년 경력의 한 집배원은 "새 주소 시행 후 근무시간이 배 이상 늘었다"며 "본부는 공문을 통해 충분히 교육했다고 하는데 책자가 한 권 발행된 것 외에는 교육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배원은 "최근 군포와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집배원 일부가 새 주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업무라인이 변경되기도 했다"며 "오랜 기간 익숙한 배송 지역을 바꾸는 것은 집배원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집배원들은 새 주소에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새 주소가 정착할 때까지 옛 주소와 병행할 수 있도록 자동전산출력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옛 주소에 익숙한 집배원들은 택배나 우편물 분류작업에서부터 배송과정까지 새 주소를 옛 주소로 재검색하느라 업무시간과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우체국에서 다소 과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도로명주소 숙지도 평가결과를 토대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이었다"고 해명했다. 시스템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목적지 순서를 부여하는 집배순로구분기에 이런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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