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화제분 일가, 뉴욕에 수백억대 부동산 숨겨뒀다"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 일가가 국내외에서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해외 부동산을 편법·불법으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매입한 부동산에서 생긴 임대 수익에 대한 탈세 의혹도 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박 회장의 아내 정상례씨와 아들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이사가 지분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다. 삼화제분은 지난해 말 한국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회사 및 가족 간에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일보 인수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만송 회장(77)은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 중이다.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6층짜리 상가 건물을 사들였고, 2004년엔 고급 빌라 한 채를 매입했다. 현지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그 회사 자산인 상가 건물을 챙겨 외환거래법 위반 및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고급 빌라는 박만송 회장의 아내인 정상례씨가 개인적으로 매입과 매각을 진행했다. 당시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박 회장 일가는 현재 170억원대인 상가 건물을 통해 10년 동안 임대 수익을 올렸고, 빌라는 3억원에 사서 10억원에 팔아 3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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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제분 일가가 소유한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콘도미니엄 ⓒ김원식 통신원 |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박 회장 일가는 뉴욕 맨해튼에만 추가로 4개의 건물을 더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직선거리로 50m 거리(9 west32nd st.)에 6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다. 한인상가가 몰려 있는 이 지역에 위치한 이 건물의 현재 가치는 1600만 달러(약 170억원)로 추산된다. 한국 정치인들이 자주 들르는 한식당(큰집) 등 12개 업체가 입점해 있는 상가의 실제 소유주는 정상례씨다. 그는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의 부인이고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의 모친이다.
이른바 '큰집' 상가 건물을 삼화제분 일가가 소유하게 된 때는 10여 년 전이다. 2001년 11월 정상례씨는 뉴욕 현지에 있는 부동산 법인(뷰트리 부동산주식회사)의 지분 100%(200주)를 사들였다. 그 법인은 현지에서 한인 상점을 운영하는 권 아무개 회장이 설립한 업체다. 이 업체는 1993년 문제의 6층짜리 상가 건물을 15만9000달러에 매입했다. 그 법인은 1996년 현지에 살고 있는 임창욱씨에게 인수됐다. 임씨는 박만송 회장의 조카다. 이를 다시 정상례씨가 2001년 사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가 건물도 정씨의 소유가 됐다.
현지 부동산 법인 인수로 상가 건물 소유
당시엔 내국인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해외 부동산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허가제는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신고제로 바뀌었고 2008년에서야 전면 자유화됐다. 그렇다면 정상례씨는 뉴욕 중심가에 있는 부동산을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그가 상가 건물을 손에 넣을 당시는 외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해외 부동산 매입은 불가능해 정상례씨는 현지 부동산 법인을 인수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정씨가 투자금을 해외로 반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부동산 법인의 재무제표를 정기적으로 국세청에 제출하고 세금이 발생하면 납부할 의무가 있다. 또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료에 대한 소득세도 신고하고 정산해야 한다. 삼화제분 측이 이를 어겼다면 탈세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삼화제분 일가가 그 상가 건물의 실소유주가 됐지만 오랜 기간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 상가 건물은 부동산 법인 소유였고 관리는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의 조카인 임창욱씨가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뚱한 문제로 실소유주의 정체가 밝혀졌다. 현재도 아내와 함께 그 상가 건물에서 식당 '아랑'을 운영하고 있는 임창욱씨는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하며 그 상가 건물을 팔겠다고 했다. 임창욱씨는 당시 인수 의사를 밝힌 최 아무개씨에게 선수금 80만 달러를 받고도 매각을 이행하지 않아 소송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실소유주는 임창욱씨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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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제분 일가가 10년 이상 소유하며 12개 업체로부터 임대 수익을 챙겨온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상가 건물 ⓒ김원식 통신원 |
미국 뉴욕 맨해튼등기소와 뉴욕 주 법원은 2006년 10월 그 상가 건물의 소유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증거 조사 명령을 내렸다. 이 내용을 통보받은 박만송 회장의 부인이자 그 상가 건물의 실소유주인 정상례씨는 펄쩍 뛰었다. 그는 아들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에게 모든 법적인 문제를 위임했다. 2006년 11월 박원석 대표는 뉴욕을 방문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박원석 대표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다. 박 대표는 스콜 허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인 문제를 맡겼다. 당시 관련 문건을 보면, 임창욱씨는 5년 동안 건물 관리인으로 위임을 받았고, 그 부동산 법인의 실제 대표는 정상례 씨로 기록돼 있다. 또 정씨는 2007년 5월 뉴욕 주 법원 재판부에 자신이 2001년 부동산법인을 인수해 그 건물의 실소유자가 됐음을 밝혔다.
정씨는 그 상가 건물의 매각을 없던 일로 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사저널 김원식 뉴욕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의 조카인 임창욱씨가 그 상가 건물의 주인 행세를 하며 팔겠다고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한국과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 상가 건물은 정상례씨 소유가 맞다"고 밝혔다.
실제로 몇 년 전 선수금까지 주며 매입을 진행했던 최 아무개씨는 한국에서도 박만송 회장과 정상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건물의 실소유주인 삼화제분 측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열린 1심에서 최씨가 패소했으나 2012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박 회장과 정상례씨로 하여금 최씨에게 25억원을 주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박 회장과 정씨는 상고했다. 최씨는 지난 1월2일 항소심 판결문을 첨부해 미국 뉴욕 주 법원에도 소장을 내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상례씨는 지난해 이 건물을 1200만 달러에 팔아달라고 현지 부동산 중개인에게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건물에 세를 들어 운영하는 식당 '큰집' 주인이 매입 의사를 보였다. 주변 지역을 잘 아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듣기로는 박원석 대표는 식당 주인이 제시한 가격에 추가로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행동 때문에 현재 박원석 대표나 사촌인 임창욱씨의 이미지가 이곳 한인들 사이에서 좋지 않다. 큰집 식당 주인은 최근 다른 건물을 사서 1월31일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례씨 소유 상가 건물 시세는 2년 전엔 120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1600만 달러다. 이 건물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데, 매입하려면 박 사장(박원석 대표)과 직접 거래해야 한다. 관련 문의가 5~6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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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수익 세금 납부했나
새로운 의혹도 드러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상례씨가 그 부동산 법인을 인수하기 5년 전인 1996년에 임창욱씨가 먼저 사들였다. 그런데 인수 자금을 임창욱씨 개인이 조달한 게 아니라 삼화제분이 대준 것이란 의혹이 일고 있다. 삼화제분 일가가 조카 임창욱씨를 내세워 해외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했다는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 상가 건물에 세 들어 있는 업체들이 정기적으로 송금한 임대료에 대해 정상례씨가 세금을 납부했느냐는 점이다.
뉴욕 등기소 서류에는 상가 건물을 관리해온 조카 임창욱씨가 정상례씨에게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송금한 것으로 돼 있다. 송금 액수 등에 이상을 감지한 정상례씨가 아들 박원석 대표에게 임대료 내역을 파악하도록 지시한 일도 있다. 그 이후 상가 건물 세입자들은 임창욱씨를 놔두고 정상례씨와 직접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그 상가 건물의 세입자들이 한국에 있는 박만송 회장 일가를 찾아와 재임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정상례씨는 해당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법인의 대표이기 때문에 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 이에 대해서도 국세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한다. 우리은행의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해외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 소득은 원칙적으로 현지와 국내 모두에서 신고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그러나 일부는 환급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금을 미국 현지에서 800달러 내고 한국에서 1000달러를 냈다면 이중 과세이므로 200달러를 환급받을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1000달러를 내고 한국에서 800달러의 세금이 부과됐다면 환급은 없다. 그러나 임대 사실 자체를 신고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면 탈세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삼화제분 일가의 부동산 매입 과정을 조사해온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 일가가 그 부동산 법인의 지분을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100만 달러를 약간 넘는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시가가 1200만 달러라면 삼화제분 일가는 약 10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라고 밝혔다.
"뉴욕에 부동산 4채 더 있다"
박만송 삼화제분 일가는 콘도미니엄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콘도는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380 rector place)에 있는 리버티 테라스 콘도 건물의 5-R호실이다. 정상례씨는 2004년 6월 남 아무개씨로부터 이 콘도를 29만 달러(약 3억원)에 사들였다. 무엇보다 당시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금지된 시기였는데 정씨가 어떻게 이 콘도를 매입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남씨는 1995년 33만 달러에 매입한 그 콘도를 9년이 지난 후에 정상례씨에게 29만 달러에 팔았다. 그 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오히려 자신이 산 가격보다 싸게 판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정씨가 그 콘도를 매입한 2004년에는 콘도의 가격이 75만 달러(약 8억원)로 추정된다. 그 콘도보다 아래층에 있는 3-R호의 2003년 거래가가 74만 달러였다. 정씨는 2012년 12월 뉴욕을 방문해 삼화제분 일가의 부동산 문제를 관리하고 있는 허 변호사를 만났다. 정씨는 그 자리에서 콘도 매도 권리를 맡긴다는 위임장을 작성해서 허 변호사에게 줬다. 그다음 해인 2013년에 정씨는 아들 박원석 대표를 뉴욕으로 보내 그 콘도에 대한 채권 관계를 정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이 콘도를 99만5000달러(약 10억6000만원)에 매각했다. 정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둔 허 변호사가 매도계약서에 서명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1990년 중반에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는 25세로 미국 유학생 신분이었다. 당시 소득이 없었던 박 대표가 사촌인 임창욱씨에게 2만 달러를 빌려줬는데 그 돈은 아버지 박만송 회장으로부터 불법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씨는 "또 한국 정부가 해외 외환 거래를 막았던 당시에 그 돈을 해외로 유출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박만송 회장은 서울에만 270여 채의 주택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다. 삼화제분 일가가 해외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그 상가 건물과 콘도 외에도 더 존재한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전언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김 아무개씨는 "이 지역 한인들 사이에는 저 빌딩은 누구 소유이고 이 빌딩은 누가 가지고 있다는 말이 돈다. 특히 법인을 내세워 부동산을 소유하는 행위는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리고 세탁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이 지역에 다른 4개 건물도 삼화제분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물은 시가 1000만 달러를 넘는다"고 말했다.
박만송 회장 일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과 매각 등에 대해 시사저널은 삼화제분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삼화제분 관계자는 "회장 일가의 해외 부동산 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입장을 전하도록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위'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삼화제분은 어떤 회사인가
1957년 9월 자본금 7000만원으로 설립된 삼화제분은 밀가루 제조가 주력 업종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은 596억원에 영업이익 102억원의 실적을 냈다. 자료상으로만 보면 영업이익률이 20%대에 이르는 알짜 기업이다. 2011년 현재 총자산 규모는 767억원이다. 서울 중구에 본사를 두고 인천에 공장이 있다. 창업주인 박만송 회장은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1997년 그 자리를 둘째 아들 박원석 대표가 차지했다. 1999년 삼화곡산과 합병하면서 자본금이 87억원으로 늘어났다. 여러 차례 대표이사가 바뀐 후 2009년 박만송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았고, 2012년 박원석 대표가 재취임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 대표는 전체 지분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삼화제분은 중소기업이지만 박만송 회장은 1991년과 1997년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토지세 부과 개인 순위 10위권에 진입할 정도의 부동산 재력가로 알려졌다. 박만송 회장 일가는 지금까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박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모두가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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