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남조선은 빛 좋은 개살구" 늘어난 재입북..왜?

2013. 11. 1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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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북한에 다시 돌아간 탈북자들을 TV에 계속 내보내는 건데요.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겪었던 비참한 경험을 쏟아냅니다. 이들의 남한 사회 경험담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손용석, 박소연, 신혜원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조선중앙TV(지난해 11월) : 지난해 11월 실종됐던 탈북자 부부가 북한 조선중앙TV에 나타났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의 품에 안겼던 그들. 돌변한 모습입니다.

[고정남/재입북자 (지난해 11월) : 남조선이야 말로 빛 좋은 개살구고 속은 썩을 대로 썩은 더러운 곳이었습니다.]

[김광혁/재입북자(지난해 11월) : 인간의 정이라고는 털끝도 없는 개 같은 세상에서…]

이들 뿐이 아닙니다.

[장광철/재입북자(지난 9월) : 남조선에서 공짜는 오염된 공기밖에 없습니다.]

남한에서 겪은 처절한 경험을 고발하는 탈북자들. 이들의 말은 사실일까?

[고정남/재입북자(지난해 11월) : 제가 살게 됐던 광주시 광산구 OO동에 있는00아파트 211동 103호.]

취재진은 북한TV에 나온 단서를 추적해보기로 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실제로 해당 아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웃주민 : (여기 끝에 젊은 여자 새터민 살고 있었죠?) 그런 거 같아요.]

이들이 살던 집은 103호가 아니라 인근의 다른 집이었습니다.

[고정남/재입북자(지난해 11월) : 매우 낡고 헐어빠진 쪽방인 데다 바닥에는 끔찍한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그런데 집은 상당히 깔끔했습니다.이들이 북한TV에서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상황.

취재진은 더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고정남/재입북자(지난해 11월) : 거기에서 당한 수모와 멸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대구에 있는 OO간호학원!]

이번엔 대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학원 역시 실제로 있습니다.

그런데 학원 측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학원 관계자 : 우리가 고정남 뿐만 아니고 다른 새터민도 같이 몇 분이 1년 과정으로 해서 다녔고요.]

이들 부부만 거짓 비난을 한 걸까?

다른 재입북자의 얘기도 검증해봤습니다.

지난 9월 방송에 나온 장광철씨.

[장광철/재입북자(지난 9월) : 괴뢰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정보원과 하나원이라는데 가둬놓고 3~6개월 동안 조사 놀음을 벌인 후 내보내는데….]

탈북자를 교육시키는 하나원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교육 받았던 사람들은 의아해 합니다.

[장씨 하나원 동기 : 무슨 일을 맡기면 책임지고 마지막까지 다하고 하나원 선생님들이 "장광철 씨 사회 나가시면 사회 생활 잘하실 거다" (하고 얘기했죠.) ]

하나원에서 인기가 많았던 그는 남한 생활도 금세 적응했습니다.

[00 복지관 관계자 : (장광철 씨는) 성실한 분이었어요.]

그런 장씨가 왜 북한으로 돌아간 걸까?

취재진은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습니다.

북한에서 협박을 했다는 겁니다.

[장씨 하나원 동기 : (장광철씨) 장인한테 전화 왔대요. 와이프하고 아들 살리려면 (북한으로) 와라.]

자신을 뒤따라 탈북한 부인과 아이가 중국에서 북한 보위부에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씨는 자취를 감췄고 3개월 뒤 북한 TV에 나타났습니다.

최근 북한 방송에 얼굴을 드러낸 재입북자만 12명, 모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전옥현/전 국정원 차장 : 탈북 현상을 막으려 하고 있는 거죠. 체제의 이완 현상을 단속하는 양면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자진 월북한 6명을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김정은 집권 이전에는 없던 일입니다.

[김철우/국방전문연구위원 : 대남 관계를 대화 모드로 계속 끌고가겠다는 고도의 대남 심리전입니다.]

[앵커]

그럼 취재를 담당한 사회부 박소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북한TV에 나온 탈북자들의 얘기가 사실과 다른 게 많군요.

[기자]

북한 방송에 나온 단서를 따라 추적해보니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꾸며낸 부분이 많았습니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최근엔 자진 월북한 남한 사람들을 집단으로 되돌려 보내는 등, 김정은 집권 이후 새로운 전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탈북자들이 되돌아 가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될까요?

[기자]

일단 심리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채수용/마을주민 : 황당했었지. 그렇게 도망갈 줄 알았나.]

[신승원/연평도 선주협회 회장 : 그때가 준 전시상황이었다고.]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탈북자 이혁철 씨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9톤짜리 꽃게잡이 어선 진흥 3호를 몰고 북으로 넘어갔습니다.

[김연숙/진흥 3호 선주 : 배가 이북을 가고 있다는 거야.]

이씨가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9분.

그런데 이씨는, 북한 해역에 들어서자마자 선주에게 전화까지 했습니다.

[김연숙/진흥3호 선주 : NLL 넘어서서 전화 통화를 했는데 통쾌한 웃음. 자기는 해냈다는 웃음. 그게 소름 끼쳐. 지금도 귀에 쟁쟁해.]

그리고 한 달 후 이씨는 북한 TV에 등장합니다.

[이혁철/재입북자(지난 5월) : 올해 4월 연평도에서 단독으로 고깃배를 탈취하고해상 분계선을 넘어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2007년 탈북한 이씨는 남한 사회에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천기원/두리하나교회 목사 : (정착금) 다 탕진했죠. 탕진하고 술도 좋아했으니까.노는 걸 좋아했고. 성실하면 어디 가도 못 살 건 없죠.]

결국 재입북을 결심한 이씨는, 그 때부터 사실상 간첩같은 활동을 시작합니다.

꽃게잡이 일을 하겠다고 들어온 연평도에서의 행적이 말해줍니다.

[마을 주민 : (배) 운전하는 걸 배우려고 쳐다봤다고.]

북한이 손에 잡힐 듯한 연평도에서 그는 대피시설을 비롯한 각종 군사 시설을 살폈습니다.

[김연숙/진흥3호 선주 : 대피소 위치가 어디냐. 그런 걸 많이 물어봤더라고. 사진도 찍고.]

이미 북한은 연평도 상황을 손바닥 보듯 알게 된 겁니다.

재입북하는 탈북자가 얼마나 안보에 위협적인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마을주민 : 그걸 가지고 올라가면 빈 몸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자기 나름대로 낫지 않을까 생각했겠지.]

졸지에 4억 원 넘는 어선을 날린 선주는 허탈합니다.

[김연숙/진흥3호 선주 : (배를) 찾을 길도 없고 우리는 어떡하냐고.]

NLL을 유유히 뚫고 돌아간 탈북자에게 연평도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받은 북한은수 억 원 대의 어선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탈북자들이 우리 측 정보를 갖고 간다면 큰 일 아닌가요?

[기자]

북한이 간첩을 보내지 않고도 손쉽게 군사 정보를 얻은 셈입니다.

재입북을 시도하는 탈북자가 북한에 잘 보이기 위해서 스스로 간첩이 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재입북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건데, 북한의 대남 선전이 효과가 있나요?

[기자]

실제로 재입북자의 언론 보도가 탈북 사회를 동요시킨다는 사실을 취재결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정숙/재입북자(지난해 6월) : 수도 평양에서 아들 며느리와 살게 해주시고…]

[고경희/재입북자(지난 1월)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친아버지로 모시고…]

일제히 쏟아내는 재입북자들의 찬양, 유튜브에도 올려 전 세계가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선전이 효과가 있을까?

취재진은 이 북한 방송을 접하고 실제로 재입북을 시도한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을확인했습니다.

재입북자 김광혁-고정남 부부와 친분이 있던 탈북자 27살 허 모씨.

지난 6월 재입북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상겸/광주 광산경찰서 보안계장 : 자기가 알던 사람이 북에 가서 환송 받고 그런 과정을 보고 심리적 갈등을 느꼈고…]

허씨는 재입북 시도를 앞두고 인터넷에 북한 찬양 동영상을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에 재입북을 하려다 붙잡힌 김 모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서 이혁철씨와 함께 지냈던 김씨는 이씨의 월북 소식에 흔들렸다고 합니다.

[김씨 지인 : 이혁철씨가 북에 가서 말했을 거 아니야. (북에 있는) 자기 부인과 아들을 못 데려온다는 걸 확신한거야.]

탈북자 사회에 재입북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JTBC 취재진이 탈북자 26명을 심층조사한 결과, 10%가 재입북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씨/탈북자 : 남한에서 거지처럼 살 바에는 북한에 가는 게 낫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27%는 한국 생활이 불만입니다.

[강 모씨/탈북자 :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까 자꾸 직종을 옮기게 되고이러면서 많이 추락하는 거죠.]

이런 탈북자들의 불만에 북한의 대남 선전이 불을 붙이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김승철/북한개혁방송 : 지금 이 상태를 방치한다면 내년쯤 되면 아마 못해도 몇십 명은 북한으로 갈 거예요.]

남과 북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다시 돌아간 북한이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재입북해 남한을 맹비난했던 김 모씨 부부.

[김 모씨/재입북자(지난 1월) : 남조선이야말로 정말 더러운 세상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직후 다시 북한을 탈출해 남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의 실상을 주변 사람에게 말한 게 화근이었다고 합니다.

[김용화/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 : 진짜 한국가니 어떻더냐? 거기서도 그냥 못살았다고 해야되는데 김광호는 전라도 가서 광어도 맛있고 삼겹살도 있고.]

북한의 새로운 대남 전술에 흔들리는 탈북 사회. 이들을 잡아 줄 당국의 노력이 시급합니다.

[전옥현/전 국정원 차장 :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거든요. 하나원의 교육 과정도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 시켜서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측면을 (탈북자들에게) 생생하게 교육시켜야 합니다.]

[앵커]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전술에 탈북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우리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겠습니다. 박소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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