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무죄 선고된 주진우 기자 국민참여재판 들여다보니..

류인하 기자 2013. 10. 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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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걸쳐 장장 27시간의 릴레이를 벌였던 주진우 시사IN 기자(40)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재(45)의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당초 22~23일 양일간 모든 재판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들의 재판은 하루를 넘긴 24일 오전 2시가 다 돼서야 선고가 이뤄졌다.

■배심원들의 판단 어땠나

2명의 예비배심원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들은 주 기자와 김 총재의 '공직선거법위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가운데 그 전달방식을 놓고 이견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시사IN 잡지를 통한 보도와 인터넷 팟캐스트 < 나꼼수 > 방송에 의한 보도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배심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55)가 5촌 조카 박용철씨 살인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시사IN 기사보도에 대해서는 6대 3의 의견으로 무죄로 판단했으며, 나꼼수를 통한 보도는 5대 4로 무죄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8대 1의 의견으로 무죄평의를 했다. 주 기자가 출판기념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 독일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는 발언에 대해 "주 기자가 순간의 착각으로 잘못 발언했고, 이후 현장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으며, 40만 팔로워가 있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 점을 바로잡았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을 배심원단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해당 발언에 앞서 한 종합일간지매체가 칼럼을 통해 먼저 박 전 대통령의 독일방문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전달했고, 이를 바로 잡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이 있었다는 변호인측의 주장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배심원단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치열한 법리공방 속에서도 변호인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요인은 '기자가 박지만씨 5촌 조카 피살사건과 4촌 자살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의혹보도를 할만한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수사기관이 박용철씨와 박씨의 4촌 박용수씨가 금전전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산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을 메고 자살했다는 최종결과를 내놓았지만 이후 새로운 의문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주 기자의 의혹보도는 '사실이거나,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숨막히는 법정공방…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눈길 끌어

검찰은 주 기자와 김 총재의 의혹보도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악영향(낙선)을 미칠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을 통해 서류 등으로 입증된 사실관계만 파악해도 주 기자는 이미 자신의 보도가 허위보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의혹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강력계 팀장을 비롯해 여러 증인과 증거물을 배심원들에게 제시했다. 또 주 기자와 유사한 보도를 한 동아일보와 한겨례 등 다른 언론사들이 이미 정정보도를 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피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박용철씨 타살사건에서 제기됐던 수많은 의문점들을 당시 사건이 벌어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그림화면으로 설명하면서 배심원들을 설득시켰다. 또 당시 현장 사진과 시신의 상태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로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의문점들을 추적해나가는 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의미있는 판결 감사드린다"

이날 무죄선고 직후 법정을 나선 김 총재는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유를 일반 국민들이 상식의 눈높이에서 평가한 의미있는 판결에 감사드린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주 기자는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환수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모든 역량을 다해 최대의, 최고의 변론을 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심증과 정황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재판부 역시 배심원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별도의 판단이유는 법정에서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주 기자에게 징역 3년을, 김 총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직후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주 기자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수많은 무서운 취재를 해왔지만 이번 사건이 가장 위험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무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늦은 시각까지 방청석을 지키고 있던 미권스 회원들은 박수를 치거나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을 방청한 류승완 감독은 김 총재를 끌어안으면서 "감동이었다. 선고 전까지 숨막히는 긴장이 있었는데 반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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