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안지키는 '휴일지킴이약국', 의무화 vs 경영난

2013. 10. 20.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이후 '당번약국制' 유명무실, 시민들만 발 '동동'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 (이미지 비트 = 제공)

#사례 1

일요일이었던 지난 13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윤지숙(37?여) 씨는 문을 연 약국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다섯 살 아들이 온몸에 갑자기 두드러기가 났기 때문이다. 윤 씨는 대한약사회에서 운영 중인 홈페이지 'pharm114'에서 휴일지킴이약국(옛 당번약국, 이하 휴일약국)을 검색한 뒤 해당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어 허탕을 쳤다.

이후 약국들에 일일이 전화을 걸어 확인한 뒤에야 겨우 약을 구할 수 있었다.

윤 씨는 "홈페이지에는 해당 시간에 문을 연다고 돼 있어 찾아갔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어 당황했다"며 "병원 응급실처럼 약국도 휴일이나 심야시간에 의무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 2

지난 3일(개천절) 밤 늦은 시각, 경기도 부천에 사는 김종수(45) 씨는 다급했던 마음을 가까스로 쓸어내렸다.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친구들과 가진 친목모임에서 먹은 옻닭이 화근이었다.

온몸이 벌겋게 부어 오르더니 가려워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상황. 급히 부천시내 문을 연 약국을 검색해보니, 부천의 경우 시의 지원을 받아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야간약국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약국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뒤에야 증상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김 씨는 "휴일에도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약국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며 "안 그랬으면 응급실까지 가야되는데, 응급실은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수원시내 휴일약국 절반 이상이 '약속 안지켜'

휴일과 심야에 운영되는 이른바 '휴일지킴이약국'이 약사들의 개인 사정에 따라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휴일 및 심야약국 운영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휴일약국은 법적으로 지정돼 운영되지 않는다. 대한약사회 내부규정에 따라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별 약국이 자율적으로 오후 10시 혹은 11시까지 영업하겠다고 근무시간을 올리면 대한약사회에서 홈페이지 pharm114(www.pharm114.or.kr)에 반영하는 식이다. 약사들에게 휴일 및 야간약국 운영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 셈이다.

CBS 노컷뉴스가 지난 12~13일 심야시간대에 수원시내 위치한 40개 휴일약국에 전화를 걸어본 결과 이 중 절반이 넘는 21곳이 통화가 되지 않았다.

약사 박 모(43)씨는 "휴일과 야간에 문을 여는 것은 약사들이 자발적 봉사 차원에서 시간을 쪼개 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인건비도 안나오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일이 생길 경우 문을 안 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특히 약사업계는 지난해 11월 편의점 등 약국 밖에서 상비약 판매가 허용된 뒤 휴일 및 야간약국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휴일약국 의무화 논란'…약국업계 "최소한의 경영난 해소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당번약국의 의무적 운영을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약사업계에선 당번약국 의무제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약사업계에 대한 표심을 의식해 섣불리 관련 법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몇몇 약국들은 휴일까지 영업하다보니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약국들이 휴일약국 운영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인세티브를 주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시는 지난 5월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야간약국 3곳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부천시는 약국 1개소 당 인건비로 월 36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천시 약사회에 따르면 1개소 1일 평균 이용인원은 40명 정도며, 최근 부천시보건소가 야간약국 운영과 관련해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3.9%(1,109명)가 야간약국운영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원 부천시약사회 회장은 "야간에 문을 연 약국이 없어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경증환자가 전체환자의 75%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및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사회적 비용 절감의 책임을 직능단체의 희생과 봉사에만 의지한다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 방기"라고 주장했다.psygod@cbs.co.kr

가슴 떨리는 허니문 "뭘 챙겨가지?"

휴가 떠나기 전 상비약 꼭 챙겨라

결국 터져버린 다저스의 '푸이그 뇌관'

커쇼도 결국 사람이었다

매팅리가 밝힌 '커쇼 침몰'의 원인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