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무죄 증거' 위조 논란 마침표 찍을까

류인하 기자 2013. 10.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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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 김기설씨 전대협 노트·이력서 필체 감정 결정

법원이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진위를 가릴 유력한 증거가 보관된 국가기록원에 대해 압수수색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실제 유서 작성자가 누구인지'가 올해 안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울고법의 재심 결정 이후 줄곧 이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 자체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146쪽 분량의 항고이유서에 이런 주장을 담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하면서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재심 재판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김기설씨의 것"으로 결론 내린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의 감정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간암과 폐수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강기훈씨(49)는 10일 재판부 결정에 "불필요한 시간끌기"라며 "고법에서 선고하고 끝나면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갈 텐데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진실화해위, 2007년 7곳서 감정 결과 "김씨 필체"강기훈씨 "국가기록원 압수수색 절차는 시간끌기"

■ 진실화해위 "김기설씨가 작성"

1991년 5월8일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당시 25세)는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했다. 검찰은 "김씨가 남긴 유서와 가족이 제출한 필적이 다르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기훈씨가 김씨 유서를 대필해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그를 구속기소했다. 법원도 '유서의 필적은 강씨의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 등을 내세운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2007년 11월 김씨의 필적이 담긴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을 발견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과수와 감정기관 7곳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고, '유서의 필적은 김씨의 것'이라는 결과를 확인했다.

■ 감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재판부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전대협 노트, 낙서장의 원본을 입수하는 대로 국과수에 필적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전대협 노트와 김씨가 생전에 직접 쓴 이력서, 편지 등을 비교해 두 서류에 적힌 글씨체가 같은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감정 결과 글씨체가 같다고 나올 경우 유서는 김씨가 쓴 것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유서는 김씨의 것"이라는 진실화해위의 결론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도, '전대협 노트 등의 필적이 김씨 유서 필적과 일치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따라서 이번 감정으로 전대협 노트의 필적이 김씨가 쓴 이력서·편지 등의 필적과 같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재판부는 '유서는 김씨가 작성한 것'이라는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노트에 적힌 글자의 잉크를 통해 작성 시점을 알아보는 검사의 시행 여부는 좀 더 검토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트의 글씨 부분을 일부 잘라서 잉크를 추출해야 한다. 이를 '파괴 검사'라 한다. 문제는 국가기록원 내에 보관돼 있는 기록물은 어떠한 경우라도 훼손이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또 기술상 한계로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국과수 이영수 감정인은 "국과수 내에서 잉크 분석은 최근 2년 내에 작성됐는지, 그 이후에 작성됐는지 여부만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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