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네가 못생겨서 매출 떨어졌다"..아르바이트조차 외모스트레스

2013. 7.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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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는 취업준비생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데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성형수술비용을 벌면 돼요."

지난해 신랄한 세태 풍자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사마귀유치원'에서 진로 상담 선생님 '일수꾼'은 '외모도 스펙'이 된 슬픈 사회상을 이렇게 꼬집었다. 취업생이라면 그냥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심각해졌다.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외모'에 밀려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하는 이 현실. 외모지상주의 앞에서 2013년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절망하고 있다. 외모는 청춘의 생존 필수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취준생 한영섭(27ㆍ가명) 씨는 지난 1월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찾은 한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평생 잊지 못할 한 마디를 들었다. 그저 '몸으로 때우기만 하면 되겠지' 하고 찾아간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첫날 근무를 마치고 매장을 정리하는데 사장이 한 씨를 불러 음료수 캔을 내밀며 말했다.

"솔직히 네 얼굴이 잘생겼으면 아줌마들이 물건이라도 하나 더 사러 오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평소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잖아."

168㎝의 작은 키, 여드름이 난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한 씨는 도망치듯 일을 그만뒀다. 한 씨는 "아르바이트에서도 이렇게 외모를 따지는데 취직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며 "피부관리라도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취준생들을 짓누르는 외모 스트레스는 이처럼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부터 시작돼 정규직 취업 문턱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쯤 되면 간단한 피부관리나 쌍꺼풀 수술 정도는 기본이다. 하나같이 잘나고 예쁜 경쟁자 사이에서 돋보이려면 '더 센 것'(?)이 필요하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김성희(26ㆍ여) 씨는 요즘 '치아 성형'을 계획하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에도 면접 탈락이 이어지자 울퉁불퉁한 덧니가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 김 씨는 "아무래도 금융권은 차분하고 신중한 이미지를 선호하다 보니 고르지 못한 치열이 감점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채용 시스템도 구직자들의 외모경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지난 2011년 오디션 형식으로 자기 PR를 해야 하는 한 기업에 입사 지원을 했던 이정현(27ㆍ가명) 씨는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성형을 선택했다. 이 씨가 고른 방법은 '필러 성형'. 필러 성형은 이마나 코 같은 신체 부위에 충전물을 주사해 볼륨감을 주는 시술이다. 이 씨는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뚜렷한 이목구비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더 잘 들어올 것 같았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성형외과를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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