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미련이 '4대강 짬짬이' 여지 키웠다

2013. 7.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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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사건 조사 지연·과징금 부과 축소 '의혹'

공정위, 담합사건 조사 지연·과징금 부과 축소 '의혹'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는 전임 이명박 정부가 건설업체 담합을 사실상 방조하고 처벌 수위를 낮춰준 정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포기를 선언한 '대운하 공약'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공사를 나눠가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별다른 이유 없이 과징금을 사실상 깎아준 것으로 나타나 '봐주기 의혹'을 키웠다.

◇'대운하 재추진'과 담합 허용 맞바꿨나 = 감사원에 따르면 2009년 2월 당시 대통령실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앞서 2008년 6월 이 전 대통령이 포기 의사를 밝힌 대운하 사업으로의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당시 1∼5위 건설사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유지된 채 4대강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바람에 담합의 여지가 생겼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운하 포기 후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는데 대운하 추진안을 4대강에 계속 반영하라고 하니 컨소시엄이 계속 유지된 것"이라며 "컨소시엄이 유지되는 바람에 참여한 건설사끼리 담합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건설사는 2009년 4월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같은 해 5월 설계담당자 회의를 개최하는 등 컨소시엄을 통해 사전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대운하 추진안을 반영한 설계 탓에 4대강 보(洑) 설치 규모를 소형 4개에서 중대형 16개로 확대하고 준설량을 2억2천만㎥에서 5억7천만㎥로 늘려 관리비용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낙동강의 경우 최소 수심을 대운하 추진안(6.1m)과 거의 같은 6.0m로 결정한 탓에 수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크게 증가했다.

대운하를 염두에 두라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감사원 최재해 제1사무차장은 "이 전 대통령이 운하를 직접 언급했다는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여러가지 정황상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은 들지만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남용으로 사법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2011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서두른 것도 담합을 방조한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규모 수자원 공사를 시공할 건설사가 10개 안팎에 불과한데도 15건의 1차 턴키공사(총 사업비 4조1천억원)를 한꺼번에 발주함으로써 대형 건설사끼리 '나눠먹기'식으로 입찰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제대로 보안을 유지하지 않아 입찰공고 전 컨소시엄에 입찰 정보가 미리 유출된 점과 조달청이 '최저가 심사프로그램'을 외부 전산업체에 위탁하는 바람에 일부 업체가 심사 전 입찰파일을 교체한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 공정위, 사건처리 지연·과징금 조정 '의혹' = 공정위가 1차 턴키공사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봐주기 의혹'이 불거진다.

감사 결과 공정위는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마련하고도 이후 사건을 추가 조사하거나 최종 처리를 하지 않은 채 1년 이상 손을 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정위는 사건처리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듬해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대선 이후 전원회의에 상정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총선 직후인 지난해 5월 전원회의에 상정된 4대강 담합 처리 결과가 사무처 의견과 크게 달라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는다.

공정위 사무처가 입찰 담합으로 12개 건설사에 총 1천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중 6개사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건의했는데, 전원회의는 고발 없이 8개사에 1천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기로 결의했다.

입찰 담합이 아닌 업체 간 물량 배분으로 판단해 과징금을 낮췄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지만 당시 회의록을 부실 작성해 결정을 바꾼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최 차장은 "전원회의 합의 내용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어떤 과정으로 그렇게 결정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며 "공정위 관련자들도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 그렇게 결정했다'고만 하고 자세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 과징금 부과기준에 따라 담합을 주도한 업체에는 30%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가중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를 포기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2차 턴키공사에서도 16건의 입찰 담합 정황을 포착해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것을 공정위에 통보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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