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가 보장' 대선 공약서 후퇴 논란
정부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 논란은 다시 발화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환자의 의료비 100% 국가 부담'을 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즉 3대 비급여는 빠지고 규모가 작은 '의학적 비급여' 일부만 보장을 늘리는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의료시민단체와 환자들은 "3대 비급여가 우선순위에서 아예 배제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4대 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액은 2011년 기준 2조2200억원(간병비 제외)가량이다. 그중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의료비의 본인부담금이 6100억원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학적 비급여' 부담액이 8700억원이며, 3대 비급여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7400억원이다. 정부는 세 종류의 본인부담 비용 중에 의학적 비급여(8700억원)를 중심으로 이번에 그 부담을 64%가량 줄여주겠다고 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김종명 의료팀장(의사)은 "4대 중증질환 환자의 전체 부담액 2조2200억원(간병비 제외) 가운데 5568억원을 지원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2011년 기준 진료비의 25%에 불과해 공약인 100%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게다가 환자의 부담액에 간병비까지 포함시켜 계산하면 비율은 25%보다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2010년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3대 비급여 중에 간병비(4조2382억원)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합한 것(2조836억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 비율을 4대 중증질환자의 부담액에 적용하면 의학적 비급여(8700억원)보다 훨씬 크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26일 성명을 내고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 방지가 목적이었다면 핵심은 비용 부담이 높은 '3대 비급여' "라고 지적하면서 "거짓공약"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재원 문제도 논란에 휩싸였다. 규모가 큰 3대 비급여 등을 제외하면서 재정규모는 예상보다 작게 잡을 수 있었다. 정부는 이번 계획안 실현에 앞으로 5년간(2013~2017년) 총 9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누적적립금 활용"이라는 쉬운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건강보험법상 지원하게 돼 있는 국고지원 외에는 정부의 추가적인 예산 지출도 배제된 방안이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건강보험 재정흑자와 적립금 6조원은 건보가 매년 국민의 건보료를 소득 증가보다 과도하게 거두어들이고, 반면 국민은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 이용을 자제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누적적립금은) 응당 국민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쌓아둔 적립금을 가지고 '공약 이행' 생색내기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김종명 팀장)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롭게 도입되는 '선별급여'를 둘러싼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3대 비급여를 뺀 의학적 비급여의 상당수가 '선별급여'로 전환되는데, 특히 "카메라 내장형 캡슐 내시경 등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는 항목들에 건강보험 재정이 쓰이는 것은 옳지 않다"(건강보험가입자포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관리 과정에서 선별급여가 퇴출되기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의학적 비급여 상당수가 선별급여가 되는 식이라면 "비급여의 지속적인 개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건강보험가입자포럼)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병원들은 가격결정이 자유로웠던 의학적 비급여가 '선별급여'가 되면서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고 가격이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나섰다. 병원협회는 성명을 내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할 때 환자별 특성 및 의료기관별 투입비용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면서 "비급여의 무리한 (선택)급여 전환 시 병원 경영난은 심각한 국면에 빠져들게 된다"고 손실 가능성을 우려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ay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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