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너의 것 학교는 나의 것" ?.. 설립자라는 이유로 교장만 56년째

2013. 6.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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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인 62세를 훌쩍 넘겨 근무 중인 사립학교 교장이 전국적으로 9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25세에 교장에 임명된 이후 81세인 올해까지 56년째 한 학교에서 교장으로만 근무해온 경우도 있었다. 이 교장은 학교 설립자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교육청별 사립학교 정년초과 교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정년을 초과한 사립학교 교장은 99명에 달했다. 대부분 사립학교 설립자(이사장)이거나 설립자의 아들, 배우자, 손자 등 친인척이었다.

99명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60대가 58명(62∼64세 27명, 65∼69세 31명)으로 절반 이상(59%)을, 70대도 36명(70∼74세 20명, 75∼79세 16명)으로 36%를 차지했다. 80세 이상 초고령 교장도 5명이나 됐다. 최고령 교장은 서울 D고교 최모 교장으로 올해 만83세다.

이들 중에는 설립자이거나 설립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수십년째 교장직을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 K고 설립자 권모(81) 교장은 1957년 자신이 세운 K고교의 교장으로 임명된 이후 56년째 교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장수 교장 1위다. 충남 천안의 C상고 설립자 박모(77)씨 역시 평교사나 교감 경력 없이 1967년부터 같은 재단 내의 C중학교와 C상고에서 46년째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년초과 교장들의 재직경력 분포는 10년 이하 45명, 10∼19년 25명, 20∼29년 12명, 30∼39년 11명, 40∼49년 5명, 50년 이상 1명 등으로 조사됐다.

국공립학교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62세가 정년이고 사립학교 교원도 이를 따라야 한다. 다만 학교 설립자 또는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은 경우 정년초과 근무가 허용돼 왔다. 정년을 넘긴 사립학교 교장들은 사립학교법에 정년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과 설립자 승인 조항을 악용해 편법 정년 연장을 해온 셈이다.

사립학교 교장들의 평균 연봉은 6900만원이었다. 하지만 법인회계에서 지급받는 임금은 제외한 액수여서 실제 평균 연봉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 대상 중에는 연봉이 1억8400만원에 달하는 교장도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은 고령 교장의 업무능력 및 국공립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종선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70세가 넘는 고령의 교장 중에는 매일 출근해 과중한 교장 업무를 보는 것이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교육공무원법을 준용해 사립학교법에도 '62세 교원 정년' 조항을 명시하고 정년초과 사립학교 교장들을 즉각 물러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년초과 교장의 배경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일부 사학의 족벌체제가 있는 만큼 이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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