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과서 '친일' 김활란 동상 사진이 이대 폄하?

2013. 6.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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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사편찬위, 친일글과 함께 실린 총장 동상 사진 삭제 권고

임시정부 인사 사회주의 용어 뺄 것도 요구…집필진 거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가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의 동상 사진(사진)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해 해당 집필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래엔출판사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3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검정심의위가 지난 10일 보내온 수정·보완 권고사항에서 김활란 동상 사진을 '특정기관을 폄하할 우려가 있다'면서 삭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검정작업이 진행중인 미래엔출판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단원에서 김 전 총장을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다뤘다. 집필진은 김 전 총장이 해방 3년 전인 1942년 7월 쓴 "우리는 아름다운 웃음으로 내 아들이나 남편을 전장으로 보낼 각오를 가져야 한다. (중략) 그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 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라는 친일 글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총장의 동상 사진을 싣고, 동상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화여대" 교정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집필진은 검정심의위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보고 따르지 않기로 했다. 한철호 교수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선각자로 둔갑해 칭송받는 비이성적인 현실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하다. 동상 사진으로 이화여대가 폄하된다면 이는 교과서에 실려서가 아니라 (이화여대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떠받들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30일 대학 본관 앞에 설치된 김 전 총장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동상에 쪽지를 붙이는 플래시몹을 벌이기도 했다.

검정심의위는 또 같은 교과서에 들어간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뺄 것도 요구했다. 교과서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인 김원봉이 김구 등 임시정부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사회주의 계열 인사들이 합류한 임시 의정원 기념 촬영(1942)"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검정심의위는 "김원봉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사실관계 오류다.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표현을 빼고 '좌우합작을 이룬'으로 제목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대목을 집필한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김원봉은 주요 산업 국유화를 강령으로 하는 민족혁명당을 창설한 사회주의 계열의 사람이었고, 이외에도 임정엔 무산자동맹 등 좌익단체도 포함됐었다"고 말했다. 한철호 교수는 "검정심의위가 임정에 사회주의 인사들이 참여한 사실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지나친 반응이다. 임정이 독립을 위해 사회주의 인사도 폭넓게 받아들인 것은 남북통일을 이뤄야 하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검정심의위는 '사회주의'란 표현을 '사회민주주의'로 수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교과서는 "임시정부는 1941년 삼균주의에 바탕을 둔 건국 강령을 발표하였다. 이는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항일 투쟁을 전개하던 독립운동 세력이 내세운 새 국가 건설의 목표와도 부합되었다"고 썼다. 이에 검정심의위는 "사실관계 오류로서 사회주의를 사회민주주의 이념으로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한철호 교수는 "문제의 독립운동 단체는 조선독립동맹으로 항일 무력투쟁과 혁명을 주장한 사회주의 단체였다. 혁명이 아닌 의회민주주의를 주장한 사회민주주의 계열과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반박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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