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숭아농사 54년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

2013. 5. 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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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음성 과수 30% '시들'…농민들은 '시름'

(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복숭아 농사 54년 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이네.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해"

26일 충북 충주시 노은면 가신3리 6천600여㎡의 과수원에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우영(72) 할아버지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1959년부터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이 할아버지의 집 뒤로 펼쳐진 복숭아 과수원.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 과수원 곳곳에는 18년생 아름드리 복숭아나무 100여 그루 가운데 60~70그루의 가지가 더위를 먹은 듯 축 처져 있었다.

과수원 곳곳에는 15㎝가 넘는 굵은 복숭아 가지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지난달 중순께만해도 이 과수원은 복사꽃이 만발해 올 농사도 풍년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꽃잎이 하나 둘 힘없이 떨어지더니 나무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도 끄떡없이 잘 버텨준 나무가 지난겨울 강추위에 수세가 급속히 쇠약해지면서 고사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그나마 과일 봉지를 씌우기 전이라 인건비는 들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복숭아를 내다 팔아 1천500여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줬던 과수들이 시름하며 죽어가면서 할아버지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500만원이나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농협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 마을 문성1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안우(55)씨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9천240㎡의 과수원에서는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만이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적막감을 깨고 있었다.

청주에서 유통업을 하다 12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그는 300그루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과일을 가장 많이 수확할 수 있는 5~12년생이 대부분인 이 과수원의 복숭아나무 120그루가 동해를 입어 말라죽고 있다.

기계톱으로 말라가는 나무들을 연방 베어내는 이씨는 더할 나위 없이 침통한 모습이었다.

2009년에도 동해를 봐 70~80그루의 복숭아나무를 솎아내야 했던 그는 "당시 살아남았던 나무들이 지난겨울 두 번째 혹한을 겪으면서 더는 버티지 못해 죽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무 밑동을 짚으로 싸 보기도 했지만, 지난겨울 맹추위에는 소용이 없었다"면서 "고사한 것이 좀 더 일찍 확인됐으면 전정 작업이나 소독, 꽃 솎아내기에 들어가는 품은 덜었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지난해 3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그는 "올해는 2009년보다 피해가 더 심하다"며 "복숭아 농사를 지을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음성군 감곡면 3만 3천㎡의 과수원에서 1천 그루의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종오 씨는 "지난겨울 추위에 현재 400그루에서 냉해나 동해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수확량이 급격히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들 농민은 한결같이 "기후 온난화로 인한 대체 작물 개발 보급과 현실적인 피해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안우씨는 "여름철 태풍이 왔을때 낙과 피해가 있으면 농업재해 보험을 통해 작게나마 보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제 엄지손톱만큼 자란 열매가 말라 죽는데 무슨 근거로 보험금을 받을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김종오씨는 "복숭아는 한 과수원에 조생, 중생, 만생종을 같이 심는 경우가 많다"며 "농협이나 보험회사에서 조생, 중생, 만생종을 세분화해 농민들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받을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농민들은 과수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재해지역으로 선포, 정부가 지원에 나설 것도 요구하고 있다.

충주에서는 1천579개 농가가 1천36㏊의 과원에서 연간 1만 5천여t의 복숭아를, 음성군은 1천100여개 농가가 880㏊의 면적에서 1만1천여t의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2개 시군에서 출하되는 복숭아는 전국 복숭아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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