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승춘 보훈처장, 5·18 전야 '연평도 폭탄주' 돌려

2013. 5. 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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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연평도 포격 빗댄 폭탄주 직접 만들어 마시게 해

올해는 '임을 위한…' 제창 막아 반쪽 기념식 만들어

5·18 민주화운동 33돌 기념식을 '반쪽 행사'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5·18 전날 광주를 방문해 저녁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과 폭탄주를 마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박승춘 처장은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 "연평해전 술"이라며 참석자들에게 마시도록 돌려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17일 오후 6시30분께 전남 담양의 한정식집인 ㅈ식당에서 광주지역 상이군경회 등 호국·보훈단체 및 4·19 단체와 5·18 단체 대표 등 24명을 초청해 1시간30분 동안 저녁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복분자 술이 3잔가량 돈 뒤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한잔씩 마셨다. 이어 박 처장은 폭탄주 한잔씩 직접 만들어 모두에게 권하며 "이게 무슨 술인가 하면, '연평해전 술'이라는 겁니다. 이게 바다고, 이게 북한 배야. 근데 이게 안 가라앉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당시 박 처장이 각 단체 대표 및 관계자들을 상대로 폭탄주를 만들어 '연평해전 술'이라고 건넸다. 1명씩 술을 권하니 안 마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평해전은 1999·2002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이 벌인 두 차례 해상 전투다. 한 참석자는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때는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데다,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군인·민간인 20명이 숨지거나 다친 연평도 사건을 연상시켜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5·18 기념식 전날 기념식 행사를 주관하는 보훈처장이 직접 개별적으로 폭탄주를 돌린 것은 강권하는 것으로 비쳐져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 대변인실은 "5·18 관련 3개 단체 대표들은 보훈단체장 간담회에 잘 참석하지 않았는데 모두 참석했다. 그래서 한 보훈단체장이 화합주 한잔을 마실 것을 제안했다. 이에 박 보훈처장이 맥주잔 절반 정도 한잔씩을 참석자 한분 한분에게 권했을 뿐"이라고 거짓으로 해명했다. 반면, 광주보훈청 관계자는 "호국 및 민주단체가 모두 함께해 맥주와 소주를 섞어 두잔씩 마셨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4월 임명돼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된 인사로 각종 논란의 당사자다. 보훈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을 공모하겠다며 올해 48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못하게 해 논란을 빚었다. 박 처장은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해서도 기념곡 공모 방침을 철회하지 않아 여론을 악화시켰고,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5·18 기념식이 반쪽으로 치러지는 원인이 됐다. 5월 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저지를 주도한 당사자로 박 보훈처장을 꼽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처장은 2004년 7월 국방부 정보본부장으로 근무하다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 월선과 관련해 북한군 교신 내용을 일부 언론에 알려줘 물의를 빚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의 국립묘지 안장 심의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해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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