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2013. 5. 16. 2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광주항쟁은 북한 소행" 왜곡 판친다…피눈물 흘리는 5·18

'TV조선' '채널A' 잇단 왜곡보도작년 '5·18 비방' 무죄판결 이후보수단체 넘어 대학가까지 퍼져5·18기념재단, 강력 대응방침민주당도 "종편 제재" 심의신청

5·18 민주화운동 33돌을 앞두고 일부 보수단체와 종합편성채널들이 5·18의 진상을 왜곡하며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폄훼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종합편성채널들이 '북한 특수부대가 5·18 당시 광주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등의 인터넷 카페 등에는 5·18을 왜곡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동아일보> 계열의 종편 채널인 <채널에이>는 15일 시사 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북한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 인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명국이라는 가명으로 목소리만 나온 그는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전라도 사람들은 광주 폭동이 그렇게 들통나면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와 같은 말을 했다.

<조선일보> 계열 종편 채널 <티브이조선>도 지난 13일 시사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라는 주장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씨를 출연시켜,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다"와 같은 주장을 폈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등이 모인 '2013 고려대 광주순례단'은 15일부터 교내에서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 사진전을 열었다. 그런데 이날 밤 사진전 게시물 위에는 "5·18 광주봉기에 북한군이 개입했던 상황에 대한 김일성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성신여대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 포스터 및 대자보를 불허해 반발을 사고 있다. 성신여대 5·18 바람개비 준비단은 17~18일 광주에서 한국대학생연합이 주최하는 5·18 전국대학생한마당 안내 포스터 등을 7일 학교 게시판에 붙였지만 2시간 만에 제거됐다.

5·18을 왜곡하는 행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 이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법원은 5·18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2008년 9월 기소된 지만원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씨는 당시 인터넷에 '5·18은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인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대법원은 "지씨의 글이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5·18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5·18을 북한군이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지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호도하는 주장들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전혀 책임질 수 없는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사건을 훼손하려는 태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영표·노웅래·홍종학·최민희 의원은 15일 <티브이조선>을 "반인권적·반민주적 역사왜곡 방송"이라고 비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강력하게 제재해달라"며 심의를 신청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트위터에서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5·18을 북한과 연결시키는 망상적 추단을 방송에 내보내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유족에게 깊은 상처를 준 방송사는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5·18을 북한과 연계시킨 첫 세력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신군부였다. 계엄사령관이던 이희성은 80년 5월21일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힌 경고문을 뿌렸다. 하지만 간첩이라는 이창용(본명 홍종수)은 전남 보성 득량만에 침투해 부산으로 갔다가 순천을 거쳐 서울역에서 잡혔을 뿐, 광주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8년 7월 조종석 당시 치안본부장은 국회에서 "간첩 이창용은 18명의 간첩을 검거케 한 공적 등을 감안해서 82년 8월26일 서울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 현재 사회활동중"이라고 답변했다.

1980년 5·18 진압·학살을 주도한 신군부 인사들은 뒷날 자신들의 발언이 과장이었다고 실토했다.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당시 계엄사령관 이희성은 "다소 과장된 점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의심이 있어 그랬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학봉 보안사령부 정보처장(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8년 선고)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성명으로 보이고 그 당시 분석 경위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했다.

5·18기념재단은 5·18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인단을 꾸려 대처할 방침이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왜곡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5·18 관련자들에게 또다시 죽음과 같은 고통을 주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다. 5·18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정부가 나서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최원형 김지훈 최유빈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정부, 공약 뒤집고 '철도 민영화' 추진채널A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죽음 부르는 '진드기' 정체와 대처법은며느리 친언니를 친구가 성폭행하게 도운 시아버지[화보] 용산 미군 기지에 웬 일본군 기념비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