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베트남人이라고.. 악플 표적된 '리틀 싸이'

김형원 기자 2013. 5. 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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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황민우군 소속사, 경찰에 수사의뢰

춤 잘 추는 아이로 통했던 황민우(8)군은 작년 7월 스타가 됐다.

유튜브 조회수 15억건을 돌파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리틀 싸이(Little PSY)'라는 별명은 외국인 사이에 더 잘 알려졌다.

황군은 유명해지면서 상처를 입는 날이 많아졌다.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는 점을 겨냥한 악성(惡性) 댓글 때문이다. 끼가 넘치던 황군은 점점 주눅이 들었다. 지난 3월 집으로 돌아가던 차량 안에서 별안간 울음을 터뜨린 일도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하얗게 질린 아이의 한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길래 '댓글 봤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며 "아이가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황군 소속사가 악성 댓글을 달고 소속사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네티즌을 처벌해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돼 조만간 황군이나 보호자를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10명 이상의 네티즌은 지난 23일 오후 7시 황군 소속사 홈페이지에 집중적으로 접속, 게시물을 무더기로 올려 사이트를 마비시켰다. 이들은 홈페이지가 다운되자 일베에 "결국 서버가 운지를 하고 만다(마비가 됐다)"는 글을 남기며 환호했다.

실제 일베 사이트에는 황군을 겨냥, '매미(어머니)가 필리핀이 아니고 베트남', '열등 인종 잡종(雜種)이잖아' '다문화 XX가 한국 산다는 게 X같다' '뿌리부터 쓰레기' 등 집단 린치에 가까운 악성 댓글이 수백 개 떠 있다. 황군이 한 방송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도 먹잇감이 됐다. '저 XX 왕따라며?' '1학년이 머리에 왁스 바르고 염색했는데 안 맞을 리가 있나' '빨리 운지했으면(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비아냥대는 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황군은 작년 광주광역시에서 인천으로 전학을 왔다. 황군의 출신지역을 거론하면서 욕설을 퍼붓는 네티즌도 있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좌절감이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사냥감을 찾는 심리"라면서 "혼혈, 특정지역 출신, 아동에 대한 비정상적인 혐오감을 익명의 그늘에 숨어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군의 소속사는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황군과 어머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또 악성 댓글에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주변에서 알리지 않은 까닭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황군에게 '인터넷을 열어 댓글을 보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매니저들도 황군 앞에서는 인터넷 접속을 자제하라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아빠가 국제결혼을 했다고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상식을 가진 인간인가"라며 "어떤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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