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축소하고 감추고..국정원 대선개입 '부실수사' 논란

표주연 2013. 4. 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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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경찰 수사 4개월 만에 결국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 관여했다고 인정했지만 이를 선거운동이나 선거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려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애초부터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에서 배제했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8일 국정원 직원 김모(여·28)씨, 이모(38)씨와 일반인 이모(42)씨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위반(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출석에 응하고 있지 않는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했다.

◇"정치개입 YES 선거운동 NO"

경찰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중립 위반은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선거운동이나 개입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국정원 직원 김모(여·28)씨, 이모(38)씨와 일반인 이모(42)씨는 모두 국가정보원법위반(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인 이씨도 공범으로 혐의가 인정됐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해서는 모두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의사표시이지 선거와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간주하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대통령 선거기간에 인터넷에 정치적 게시글을 올리고 찬반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정치 개입'을 한 것이 '선거 개입'은 아니라는 수사 결과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4대강 반대 활동을 벌인 시민단체 등에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들의 진술과 행위,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경찰은 최종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어서 얼마든지 수사결과가 변동될 수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6월19일로 임박한데다가 검찰에서도 수사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재까지 확인된 혐의에 대해서만 일단 송치키로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검찰과의 합동수사를 통해 계속 진행할 방침이며,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소환과 휴대폰 통화내역에 대한 수사 등도 검토 중이다.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은 "이번 송치는 효율적인 수사진행을 위한 것으로 최종 수사 결과는 아니다"라며 "공소시효 때문에 일단 송치하고 마무리수사는 검찰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서장은 "(김씨 등의)행위와 판례 등을 보고 선거운동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정치관여 혐의는 어느 정도 인정되는 걸로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 국정원 '조직적 개입' 아예 배제

경찰은 애초에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수사에서도 이 부분은 제외됐다.

경찰은 고발인을 3회, 피의자 5회, 참고인을 3회에 걸쳐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피고발인에 포함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국정원 심리국장의 경우 직접 게시글을 올릴만한 직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실상 이 사건을 국정원직원 김씨의 개인적인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3월께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씨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지 넉 달이 지난 이달 초에서야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소환하려했지만, 당사자가 소환에 응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경찰에 따르면 심리정보국장을 소환하려한 시기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이다.

결국 경찰은 심리정보국장에 대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공을 넘겼다. 피고발인임에도 4개월 동안 수사 선상에 놓지 않았다가 조사한번 못하고 검찰에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줄기차게 주장했음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부실하게 수사가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애초에 국장이라는 직위가 직접 글을 올릴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소환 대상에 넣지 않았다"며 "또 다른 국정원 직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부터 소환 대상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심리정보국장에 대해 일주일 전쯤 서면으로 소환을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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