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자살 10대 '소리없는 비명'.. 성적·입시 스트레스 극에 달해 벼랑으로 내몰려

2013. 4.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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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모(16)군이 죽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다. 학업성적 전국 2%, 경북 포항의 자율형사립고에서도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우등생이었지만, 권군이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학업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권군의 투신자살 일주일 만인 지난 1일에는 '대한민국 교육1번지'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서 고3 김모(17)군이 성적 스트레스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2일에는 의·치대 및 SKY대 합격률이 높기로 유명한 강남의 명문고 3학년 김모(18)군이 전날 본 모의고사 성적을 비관해 학교 옥상에 올라 투신 소동을 벌였다. 15일에는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로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중학생 김모(15)군이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10대들이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의 전체 사망 중에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3.6%에서 2011년엔 36.9%로 급증했다. 10대가 자살을 택하는 주요 이유는 성적비관과 입시 스트레스다. 자살을 생각해본 10대들 중 절반 이상(53.4%)이 "성적·진학문제로 자살충동을 느껴봤다"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잇단 자살은 우리사회의 입시위주 교육과 대학 서열화 등 제도가 빚어낸 '사실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 대학을 서열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정부가 내놓는 인성교육 등의 대책으론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성적이 낮은 학생뿐만 아니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까지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학습의 결과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는 '학습위계사회' 또는 '성과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성적비관 자살"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국·영·수 중심, 수능 중심의 평가구조가 그대로 존재하는 한 '인성교육을 통한 자살예방'과 같은 정부 대책은 추상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학생들의 문제를 세심히 관찰하고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를 확충해야 한다. 나아가 성적이라는 획일적 잣대만이 아닌 다양한 잣대로 인간을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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