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책기관 원자력연구원도 불법파견

이영경 기자 입력 2013. 4. 1. 06:02 수정 2013. 4. 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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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e메일 부여 수시로 지시·보고소송 제기하자 계정 삭제 등 증거 은폐·16명 계약해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자 "불법파견은 없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 16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국정과제와 국책연구기관의 행태가 엇가고 있다.

경향신문이 31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원자력연구원 내부 자료를 보면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 원자로에서 핵연료 생산, 방사선 안전관리 등을 수행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원자력연구원 e메일 계정(@kaeri.re.kr)을 부여하고 수시로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하청 직원들이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회의록을 작성했다. 연구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공인인증 업무를 처리하는 계정인 '다큐빌'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접속권한을 부여해 원자력연구원 명의로 영수증을 처리하게 했다.

방사선 안전관리 일을 담당하다 지난 1월 계약해지된 사내하청 강모씨의 원자력연구원 e메일 계정을 보면 원자력연구원 방사선 방호팀 교정실 관리자 ㄱ씨 등에게 각종 업무내용을 보고하며 공유했다. 2011년 5월~2012년 4월 주고받은 업무 관련 메일만 40여건에 이르며 출장보고도 수시로 이뤄졌다. 같은 부서 사내하청 정모씨도 연구원의 세금계산서 발급을 위한 공인인증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세금계산서 등을 발급받았다.

원자력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NTD 부서도 연구원과 하청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회의를 함께하고 원자력연구소의 양식에 맞춘 회의록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작업지시뿐 아니라 휴가·교대근무 등 근태도 실질적으로 연구원에 의해 이뤄졌다. NTD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윤모씨의 e메일 내역을 보면 휴가를 쓸 때 직접 연구원 관리자에게 보고했으며, 근무표나 교대근무 내역도 연구원에 직접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연구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노조를 결성하고 불법파견을 문제삼아 연구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해당 직원들의 e메일 계정을 삭제하고 회의를 함께 열지 않는 등 불법파견 증거 은폐에 나섰다. 지난 1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2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계약해지한 뒤 28일자로 하청업체 코라솔의 14명 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노조 측이 문제제기를 하자 연구원은 코라솔과 3개월간 임시로 계약을 연장하고 14명의 고용을 승계키로 했다.

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연구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작업지시·근태관리를 해오는 명백한 불법파견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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