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사 또 법정 막말 "대졸 아내에 마약 먹여 결혼한 것 아니에요?"

류인하 기자 2013. 3. 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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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나온 피고, 부인은 대졸인데.."법원 자성 분위기 '먹칠'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도중 피고인과 증인에게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일은 지난해 판사 막말 논란으로 법원 내 자성 움직임이 있던 시기에 벌어졌다. 이 때문에 법원 내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ㄱ부장판사(47)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12월14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ㄴ씨(44)에 대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ㄴ씨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교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ㄴ씨는 이혼소송 중인 피해자에게 '아는 판사가 있으니 말을 넣어서 재산 분할을 유리하게 해주겠다'며 4차례에 걸쳐 2억78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ㄴ씨는 앞서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었다. ㄱ부장판사는 ㄴ씨의 마약 전과를 두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ㄱ부장판사는 이어 지난 1월25일 증인심문에 나온 ㄴ씨의 지인 ㄷ씨에게 "○○○을 빨아줬든가 뭘 해준 게 있을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당시 ㄷ씨는 '피고인 ㄴ씨가 자신에게 잘 대해줬다'는 취지로 진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ㄷ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잘해줬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ㄱ부장판사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ㄱ부장판사는 ㄴ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 피고인에게도 막말을 한 사례가 여러 건 접수된 바 있다"며 "지난해 발표한 부산변회 법관평가에서도 ㄱ부장판사는 하위권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ㄱ부장판사는 올해 실시된 법원 인사이동에 따라 현재 경기도의 한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ㄱ부장판사는 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피고인이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씨를 모르다보니 매번 부인이 방청을 하며 재판을 진행했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됐느냐는 말을 하다가 그 같은 말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발언을 인정했다. 증인으로 나온 ㄷ씨에게 막말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나온 증인이었는데 계속 어눌하게 말을 하다보니 화가 나서 그 같은 말을 하게 됐다"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60대 여성 피해자에게 막말을 한 부장판사 사건이 알려지면서 법정 내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하는 등 자성의 노력을 해왔는데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불거져 국민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ㄱ부장판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7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법정 언행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현행 법정 모니터링 제도 보완책 등 막말판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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