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도심공동화 탓.. 서울 초등교 1학년생 '달랑 1학급' 3곳이나 "선생님, 다른 반은 왜 없나요?"

2013. 1.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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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올해 서울 지역에서 신입생이 달랑 1학급뿐인 초등학교가 3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등 단체활동이 어려운 데다 교우관계가 좁아지는 점을 우려해 이런 '미니학교'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

16일 서울시교육청의 '2013 학교별 취학통지서 배부 예정 숫자'를 살펴본 결과 서울 교동초교(종로구)는 오는 3월 서울에서 가장 적은 15명의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이 학교 학생 수는 1970년대 5000명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년 입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 109명으로 줄었다. 도심 개발로 인해 주거지가 줄고 각종 상업시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38명이 입학했던 북한산초교(은평구)는 올해 학령인구 감소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명만이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최근 통폐합 논의에 시달리고 있는 공진초교(강서구) 역시 입학예정자가 21명에 불과해 1학년이 한 학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겨나고 인근에 초등학교가 신설되면서부터 공진초의 상당수 학생들이 전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학년 학급이 2개에 불과한 초교도 20여곳으로 조사됐다. 동대문 패션단지 인근 숭신초교(종로구)도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29명의 신입생만 들어올 예정이어서 2개 학급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8학군'에서도 1학년 학급이 2개뿐인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언남초교(서초구)는 올해 입학생이 38명에 불과하다. 학군이 지역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데다 인구밀도·주택 수가 적은 화훼단지와 연결돼 있어 취학예정자 수가 적었다. 59명이 입학하는 대청초(강남구) 역시 인근에 대진초·왕북초·영희초 등 4개 초교가 몰려 학생이 분산되는 데다 학교 앞 영구임대아파트의 전입·전출이 거의 없어 입학생 수가 적었다.

학부모들은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방과후수업 등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학급 수가 지나치게 적은 학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지난해 소규모 학교로 배정된 취학통지서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돼 사립초교에 진학시켰다"며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아이의 경험 폭도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A초등학교의 김모(11)군은 "다른 학교는 운동회 때 같은 반 친구들이 한 팀을 이뤘는데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같은 반 짝꿍도 청팀과 백팀으로 헤어져 경기를 하느라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소규모 학교의 이전 및 통폐합 가능성도 학부모들의 기피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둔 공진초교 인근의 한 학부모는 "공진초교가 지난 2011년 관할 강서교육지원청으로부터 이전·신설예고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이 학교에 보내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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