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양지'로 떠오른 영등포역

유성운 2013. 1. 1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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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개방된 역·백화점 연결 통로 "강추위에도 동사 걱정 없다" 몰려 구청선 도로로 등록돼 폐쇄 못해 1년 새 55% 늘어 .. 주민들 불안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이의 통로에 노숙자들이 모여있다. 이 통로는 24시간 개방된다. 그 영향으로 영등포역은 노숙자가 부쩍 늘었다. [강정현 기자]

13일 오후 11시30분. 행인들 발길이 뜸해지자 서울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연결하는 2층 통로 곳곳에서 노숙인 수십 명이 나와 이불과 종이박스 등으로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노숙인은 "지난겨울보다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은 최근 들어 노숙인의 최고 선호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기윤(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역의 노숙인은 134명(2011년 기준)으로 1년 새 55% 증가했다. 노숙인 숫자는 서울역(249명)이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영등포역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영등포역에 노숙인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 퇴거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역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난 노숙인이 영등포역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이다. 서울역 퇴거조치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영등포역이 노숙생활을 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노숙인 입장에서 영등포역의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영등포역은 새벽 1시 무렵 문을 닫지만 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이를 연결하는 2층 통로는 계속 열어둔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 1층 출입구만 야외로 연결되어 있다. 통로라고는 하지만 수백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완전한 실내는 아니지만 실외보다는 추위가 훨씬 덜하다. 노숙인 김천식(나이 불상)씨는 "바람을 막을 종이박스와 덮고 잘 이불만 잘 챙기면 올겨울 강추위에도 동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케이드는 열차길 건너편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영등포역 관계자는 "'도로'로 등록되어 있어 도로교통법상 폐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에게 '천혜의 요지'인 셈이다.

 철도 특별사법경찰대(특사경)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돈다는 점도 노숙인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최순분(61)씨는 "1년 전 노숙생활을 시작할 때 '영등포역으로 가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역은 먼저 자리 잡은 노숙인의 텃세가 심해 봉변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정태영(41)씨는 "2년 전에 서울역에서 자다 맞아서 치아 5개가 부러진 뒤 이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노숙인은 영등포역 찬사를 읊지만 인근 주민은 불편하기만 하다. 김혜선(26·여)씨는 "집에 가려면 이곳을 거쳐갈 수밖에 없다"며 "늦은 시간에 지나갈 때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정돈(22)씨는 "노숙인이 뒤에서 갑자기 욕을 하더니 다리를 걷어찬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는 모두 38곳이다. 쉼터 거주 노숙인은 2010년 4209명에서 2011년에는 4012명으로 줄었고, 올해엔 3768명으로 더 감소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석종(51)씨는 "이래라저래라 간섭이 많아 싫다. 조금 춥더라도 밖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억지로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들을 유인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 piratejoongang.co.kr >

유성운.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강정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ogito3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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