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렬' 멈출 첫 단추.. 해고자 복직·국정조사 '산 넘어 산'
2010년 4월 쌍용차 무급휴직자였던 임무창씨의 아내가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10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임씨도 아내의 뒤를 이어 집에서 잠자던 중 돌연 숨졌다. 2009년 8월6일 쌍용차 노사합의안에 적힌 대로 '무급휴직자의 1년 뒤 복직' 약속이 이뤄졌다면 임씨와 아내는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0일 쌍용차와 기업노조가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을 일괄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난마처럼 얽힌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455명의 무급휴직자는 3월1일부터 다시 평택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3명을 포함한 159명의 해고자, 1904명의 희망퇴직자들은 여전히 공장 밖에 남아 있다. 노사 간 갈등과 과제도 진행형인 셈이다.
이번 무급휴직자 복직은 2009년 8월6일 77일간의 옥쇄파업 끝에 이룬 노사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회사는 "무급휴직자는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실질적 방안으로 주간 연속 2교대를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회사는 그간 경영난을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다가 4년째에 실행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환영하면서도 회사가 해고자 복직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반쪽 조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무급휴직자 복직 이후 정치권이 추진 중인 쌍용차 국정조사까지 무산될 경우 52일째 송전탑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은 고립될 수도 있다. 당초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은 2014년 말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불과 몇 개월 후 전원 일괄복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국정조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회사가 해고자들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무급휴직자 복직이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급휴직자 455명의 일괄복직 결정은 쌍용차가 그동안 경영난을 호소해왔지만 실제로는 인력 충원의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생산량이 2009년 정리해고 이전 상태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추가 고용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쌍용차는 그동안 생산물량 확보를 통해 현재 1교대제를 2교대제로 바꿔 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해왔다.
한지원 노동자연구소 연구실장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무급휴직자들의 임금청구 소송에서 쌍용차는 평택공장 3라인(카이런·액티온·코란도스포츠·렉스턴 라인)을 2교대제로 개편할 경우 774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자료를 스스로 법원에 제출했다"며 "2교대제로 개편한다면 무급휴직자 455명에 더해 해고자 159명의 복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회사가 대승적 태도로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3라인의 경우 150%에 달하는 가동률을 보이면서 평일 11시간 이상, 토요일 특근 8시간이 이뤄진다"며 "기존 노동자들이 살인적 강도로 일하는 만큼 교대제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대제를 개편할 경우 정부는 올해부터 1인당 연간 10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어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류씨가 자살을 시도한 2라인(로디우스·체어맨 라인)은 잔업이 없던 상태였다.
마힌드라가 4년간 9000억원을 투자하고 본사 차원의 신규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해고자 복직 협상엔 숨통을 틔울 수 있다. 한 실장은 "마힌드라는 지금까지 1원도 신규투자하지 않았다"며 "마힌드라가 신규투자를 한다면 쌍용차의 경영여건이 개선돼 추가 고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해고자 복직엔 선을 그으면서 노사 협상도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기업이 잘돼서 재고용한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노동자들이 전담해왔던 고통을 나누는 대승적 자세들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 등 제도적 도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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