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화재, 누나에 이어 남동생도 끝내 사망

파주|이상호 기자 2012. 12. 13. 1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 파주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누나의 보호를 받았지만 함께 중태에 빠졌던 뇌병변 1급 장애아 박모군(11)이 의식을 잃은지 46일째인 13일 오전 가족의 바람과 많은 시민들의 기원을 저버리고 끝내 사망했다. 누나(13)가 먼저 가족 곁을 떠난지 36일 만이다.

이날 고양 일산백병원 관계자는 "지난 10월 29일 집안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독가스를 마신뒤 누나와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중이었던 박 군이 13일 오전 9시34분쯤에 뇌와 장기 손상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 군은 유독가스를 마신 뒤 줄곧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다. 입원 당시 부터 뇌파가 일절 반응하지 않아 지난 달 초에는 의사로부터 1차 뇌사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병원측은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며 기적같은 회복을 기대했었다.

박모군(11)은 지난 10월 29일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화재로 누나와 함께 중태에 빠졌었다. 46일만인 13일 사망한 박 군이 지난 여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아버지(46)는 "큰 딸(누나)을 잃은지 얼마되지 않아 작은 아이까지 가슴에 묻게 됐다"며 "많은 국민들이 우리 아이들의 회복을 바라며 작은 정성들을 모아주셨는데 그 기대에 실망을 시켜들인 것 같아 너무 슬프고 원통하다"며 울먹였다. 그는 "우리 가족이 겪는 슬픔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날 사망한 박 군은 뇌병변 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것은 물론 언어장애도 갖고 있다. 특히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혼자는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이다. 지난달 7일 먼저 가족곁을 떠난 누나는 이런 장애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 특수학교를 함께 다니며 애틋한 우애를 보여줬다.

남매는 지난 10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금촌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함께 의식을 잃었다. 화재 당시 잡안에는 남매만 있었고 아버지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야간 근무중이었으며, 어머니(44)는 일용직 일을 마치고 월세방을 구하러 외출한 상태였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경매로 팔린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남매가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다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매가 나란히 쓰러진 채 발견된 아파트 안방의 현장상황으로 미뤄 누나가 남동생을 돌보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중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매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회복을 기원하며 가족에게 온정을 전하기도 했다.

남매 부모는 그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집을 비우는 동안 박 군을 돌봐줄 사람을 지원받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려 했으나 재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포기했다.

특히 혜택을 받더라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 2~3시간에 불과한 것도 또다른 신청포기 이유였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현행처럼 등급에 따라 결정되지 말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지원돼야 하며 서비스 시간도 확대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파주 남매의 화재 사고 이후 장애인들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파주|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