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만삭 아내 우발적 살해" 다시 20년형

정재호기자 2012. 12. 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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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파기환송심"목 눌려 질식사.. 사망 시각, 남편 출근 전 제3자 범행 가능성 희박"남편은 즉시 상고.. 최종 판단 또 대법으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삭의 의사 부인 살해사건' 피고인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7일 1, 2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 백모(32)씨가 또 상고하면서 사건의 최종 판단은 다시 대법원 몫으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 6월 대법원은 "백씨가 범인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으니 객관적 증거와 치밀한 논증을 통해 좀 더 충실한 심리를 해봐야 한다"며 파기 환송하면서 재판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윤성원)는 우선 핵심쟁점인 피해자 박모(당시 29세)씨의 사망원인을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액사)'로 전제했다. 이는 "만삭인 박씨가 욕조에 넘어져 목이 눌려진 채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을 배척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박씨 시신 목 부위의 상처와 내부 출혈이 외력에 의한 상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오른쪽 턱뼈 부위에서 전형적인 지두흔(손가락 끝으로 누른 흔적)이 보인다는 전문가 진술이 있었고, 박씨가 욕실에 넘어져 몸부림치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당시 박씨가 입었던 옷이 딱딱하지 않아 (해당 부위에) 상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부터 논란이 돼온 사망시간에 대해서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백씨가 집에 있던 오전 3시에서 6시41분 사이에 박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헨스게표(사후 체온 변화를 고려해 사망추정시각을 정하는 방법)에 대입한 사망추정시각이 6시41분 이후인 것은 현장이 아닌 영안실에서 온도를 잘못 측정했기 때문"이라며 "시체강직·시반 형성에 기초한 추정시각과 피해자의 모습 등을 고려하면 6시41분 이전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인동기가 미흡하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도 "백씨가 시험에 불합격 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군 입대 등의 문제로 심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계획적으로 박씨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우발적ㆍ충동적으로 목을 조르는 상황에 이를 동기는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박씨의 머리 정수리 부위 열상과 얼굴이 찢기거나 멍든 다수의 상처 역시 액사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등 모든 정황에 비춰 백씨 외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은 희박해 백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의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의사 백씨는 지난해 1월 출산을 한 달여 앞둔 만삭의 부인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같은 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백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사건을 배당 받은 서울고법 형사7부는 5개월에 걸쳐 이정빈 서울대 의학교수 등 법의학자와 검안의, 부검의까지 증인심문을 진행하는 등 논란이 된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다시 정리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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