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출산 포기한 20대들 '인간관계까지 포기?'

조혜령 2012. 12.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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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이라도 빨리 취업하고파" 스펙에 올인 '4포 세대' 대학생 증가

[CBS 조혜령 기자]

"과제랑 이것저것 밀려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오늘은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 응 미안. 다음에 보자."

고등학교 동창생의 전화를 끊은 정지영(20·여·가명)씨가 서둘러 학교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불타는 금요일, 망년회를 하자는 친구들의 전화가 이어졌지만 그 때마다 정 씨는 과제를 핑계로 약속을 미뤘다.

"학교 과제도 많고 공부도 해야해서요. 장학금을 못 받아도 성적이 잘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대학교 1학년 정 씨는 입학때부터 학교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해 왔다. 남자친구도 없다. 친구들을 만나긴 하지만 과제가 많을 땐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다.

"고등학생때보다 바쁜 것 같아요. 1학년이라서 편할 것 같지만 취업하려고 지금부터 학점 관리하는 애들이 많거든요. 저도 그런 쪽이고."

처음부터 학교 생활에 올인한 건 아니다. 처음엔 여타 대학생처럼 술 마시고 밤새도록 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취업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공포로 정 씨를 뒤덮었다.

"주말에도 친구를 만나기보단 미뤘던 과제나 공부를 해요. 대학에 온 이상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피아노가 배우고 싶은데 아침 일찍 학교 갔다가 집에 늦게 오니까 시간이 안 나네요."

정 씨는 친구와의 만남까지 미루면서 스펙과 학과 공부에 올인하는 대학생이 비단 자신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친구들 만나는 게 좋긴 하지만 다들 할 때는 해야 하고 친구들도 바쁘니까 정말 시간 날 때 가끔 만나는 편이에요. 탱자탱자 노는 대학생은 이제 없어요."

취업,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일부에선 3포 세대 20대가 스펙 쌓기와 취업 전쟁에 치여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소위 '4포 세대'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수도권의 모 대학 1학년인 김소영(20·가명)씨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그 시간에 과제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꿈꿔온 대학 생활은 커녕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여자로서 꾸미고 싶은 욕구도 꾹 눌러두고 있어 속상할 때가 많지만 "한 살이라도 빨리 취직하려면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추스르고 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주로 어울린다는 대학생 박정민(21·가명)씨도 다른 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박 씨는 "학교 수업 준비나 영어 공부를 하다보면 친구 만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며 "주중에 학교 생활에 올인하다보니 주말에는 혼자 집에서 쉬는 편"이라고 말했다.

친구관계까지 포기하면서 이들이 '올인'하고 있는 것은 취업을 위한 '스펙'이다.

이들은 "취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심한데다가 좋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학과 공부에 과외 활동까지 병행하다보니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학 연수를 준비중인 대학생 정모(23)씨는 "평일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며 "언어만 통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유학을 떠나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4포 세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리적 장벽으로 인한 개별화와 개인주의는 곧 사회 전반에 열패감과 패배감을 불러올 것"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연애는 물론이고 친구 관계도 자제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취업의 압박으로 인한 심리적 장벽이 20대를 개인주의로 몰고 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4포 세대 현상이 자칫 패배주의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나 선배, 친구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공감대와 유대감이 깨지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포자기 심정이 확산되다 보면 자살이나 묻지마 폭력 등의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4포 세대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도 노력하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감이 우선 형성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인간관계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20대에게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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