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야, 미안해" 생후 9시간 된 영아 버린 여대생의 눈물

박광일 2012. 11.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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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대구지역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A(18·여)양은 지난 6월 친구들과 수영장에 가기 위해 집에서 수영복을 입어보다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전과 다르게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던 것. 만져보니 촉감이 딱딱했다. A양은 5개월 전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고등학교 졸업 전인 지난 2월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클럽에서 만난 한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던 것. 확인해보니 임신이었다.

A양은 이 남성과의 잠자리가 첫 경험이었다. 게다가 원래 월경 주기가 불규칙했던 까닭에 그동안 월경이 없었지만 임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A양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임신 주기를 살폈다. 주기 상 임신 10개월이 되는 12월이면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시기였다.

A양은 방학 때 아이를 낳아 보육시설에 맡기기로 마음 먹고 부모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양의 부모도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A양의 임신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22일 오전 9시30분께 혼자 집에 있던 A양에게 갑자기 진통이 찾아왔다. 당황한 A양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아기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출산 직후 A양은 고민에 사로잡혔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둘째 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학생인데다 미혼모 신분으로는 도저히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A양은 곧바로 인터넷으로 대구지역 보육시설을 검색했고 이내 중구 삼덕동에 한 보육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은 곧바로 아이를 포대기에 싸 안은 채 무작정 중구 삼덕동 일대 보육시설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A양은 끝내 보육시설을 찾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위치에 있던 보육시설이 수년 전 다른 곳으로 옮겨갔던 것. 출산 직후 산후 조리도 제대로 못한 A양은 더이상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결국 A양은 근처 주택 대문 앞에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된다. 잘 키워달라"고 적은 쪽지와 함께 아이를 놓아두고 돌아왔다. 출산 9시간만이었다.

그러나 A양의 철없는 행동은 10일만에 들통났다. 경찰은 인근 유아용품점에서 A양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지난 1일 A양을 검거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5일 생후 9시간 된 영아를 주택 대문 앞에 유기한 A양을 영아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A양이 낳은 아기는 대구지역 한 보육시설에 맡겨진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닐 정도로 착실한 학생"이라며 "조사 받는 내내 '아기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pgi02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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