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인 행복지속가능지수]한국인 행복점수 70.08..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보다 1.96점 하락

안치용 2012. 10. 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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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행복행정 '많이 미흡'.. 경제만은 살릴 것 약속 '무색'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불행' 나이 많을수록 점수도 낮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국 국민들의 행복도는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제연구소(ERISS)·현대리서치·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이 공동기획해 28일 발표한 '2012 대한민국 행복지속가능지수(HSI)'에 따르면 한국인의 2012년 현재 행복점수는 70.08점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발표된 행복점수(72.04)에 비해 1.96점 하락했다.

ERISS가 현대리서치·YeSS와 함께 독자적으로 발표한 행복점수는 2008년 72.04점으로 시작해 2009년 62.53점으로 급락한 뒤 2010년 70.50점, 2011년 71.28점으로 회복세를 보이다가 올해 70.08점으로 다시 떨어졌다.

2009년 행복점수가 10점가량 하락한 데는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서치 강상석 연구2팀장은 "5개년 행복점수 조사에서 2009년만 유일하게 100점 만점이 아닌 4점 척도를 활용해 정확하게 이 정도 행복도가 하락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같은 100점 만점 방식으로 조사한 대학생 행복점수에서 2009년 5점 이상 점수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행복점수 '급락'은 분명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전체로 '행복행정' 성과에 대한 평가는 '많이 미흡'에 가깝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는 외생변수의 영향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조사 시점인 올 상반기는 아직까지 경제위기 조짐이 전면화하기 전인 만큼 2009년의 행복점수 급락과는 다른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양극화 심화에다 연일 보도된 권력층의 비리, 사회갈등 격화 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큼은 살릴 것"이라고 공언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생활이나 국민행복을 개선하는 데는 별다르게 기여하지 못하고 재벌들을 살리는 데는 적잖게 공헌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10대 재벌의 전체 계열사 수가 2012년 4월 현재 638개로 2007년(364개)에 비해 5년 만에 75.3% 증가한 것을 보면, 전체 국민의 행복점수와 달리 '재벌 행복점수'는 분명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별로는 분석 기간 내내 남성의 행복점수가 여성보다 낮게 나타났다. 2008~2012년 행복점수 하락폭은 남성이 2.78점으로 여성(1.14점)의 2배 이상에 달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덜 행복한 데다 더 쉽게 불행해진다는 뜻이다. 여성의 행복점수는 떨어지긴 했지만 2009년을 제외하면 조사의 전 기간 행복도가 70점을 넘겼고 변화의 폭이 작아 남성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23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성평등지수가 135개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에 근접한 상황과 흥미로운 대조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5년 전과 비교해 19세 이상의 모든 연령대에서 행복점수가 떨어졌지만 유일하게 '60세 이상'에서만 소폭 개선됐다. 60세 이상 연령층이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삶에 큰 변수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한편으로는 세대 투표 경향이 강화하는 가운데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실패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탓이란 지적도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행복점수가 낮아지는 '행복도의 우하향' 경향은 5년 내내 대체로 적용됐다.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고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바쁜 20대는 젊음 때문에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오히려 더 행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거 ERISS의 다른 연구에서 확인되듯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대체로 더 행복한 경향과 맞물려 해석하면 젊음과 소득은 행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권역별로는 충청권이 전 기간에 걸쳐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행복점수를 나타냈다. 반면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의 행복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대에 머물렀다. 호남권의 행복점수는 전국 평균보다 0.6점 높게 측정된 2010년을 정점으로 이후 전국 평균과 격차를 2011년 3.34점, 2012년엔 6.83점으로 벌려가며 행복도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영남권은 행복점수가 높게 나타났지만, 2011~2012년은 부산·울산·경남권이 대구·경북권보다 점수가 낮게 나타나 정치적인 맥락 등 여러모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거주지 형태별로는 조사 기간 대도시 거주민의 행복점수가 2009년을 제외하고는 중소도시보다 낮았다. 중소도시 거주민이 더 행복하다기보다는 대도시 거주민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의 행복도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동시에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행복점수 차이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 안치용 ERISS 소장·YeSS 김용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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