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헌판결난 '긴급조치' 재심 1140명 '명예회복' 기다린다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된 1140명이 재심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조치 1~9호 위반 혐의로 공안당국이 사법처리한 사건만 500건을 훨씬 넘는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1974년 이후 긴급조치 1·3·4·9호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589개 사건에 1140명으로 집계됐다. 기소된 사건은 대부분 유죄와 함께 징역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2010년 12월 대법원이 긴급조치 전반에 대해 위헌을 선고함에 따라 이 사건 관련자는 재심만 청구하면 모두 무죄가 선고된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가 민주주의의 본질인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해 유신헌법에서도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국가가 중대한 위기상황이거나 국가 안위에 직접 위협을 받을 때가 아니었는데도 (근거 없이) 긴급조치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위헌 선고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1974년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최권행씨 등이 제기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은 박형규 목사의 재심도 지난 6일 무죄가 나왔다.
이 밖에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됐던 사건에 대해 재심이 속속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긴급조치로 유죄를 받은 당사자들의 재심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국가의 고문이나 증거조작 증거를 찾아내야만 재심 신청이 가능했다.
그동안 대법원이 불법 증거를 찾아온 사람에게만 재심을 허가해오다 2010년 갑자기 전체 법률에 위헌을 선고한 것은 헌법재판소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가 긴급조치에 위헌을 선고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헌재가 긴급조치에 위헌을 선고하면 긴급조치 관련자 1140명을 재판한 대법원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역 중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 출신 인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이강국 헌재 소장, 김황식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범준·유정인·곽희양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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