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암흑 속 1시간 30분 공포.. KTX 다신 안 타겠다"

부산 2012. 7. 27. 2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 금정터널서 멈춰.. 승객 200명 아수라장

KTX 열차가 터널 속에서 1시간 넘게 멈춰 서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00여명은 터널의 암흑 가운데서 극한의 공포를 느꼈고, 폭염의 날씨에 사고 열차는 냉방장치까지 작동하지 않아 진땀을 흘리며 더위와 싸워야 했다.

27일 오후 1시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KTX 133호 열차가 부산역 도착 5분여를 남긴 오후 3시40분쯤 국내 최장 터널(20.3km)인 부산 금정터널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승객들은 열차가 멈춰선 후 뚜렷한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도 없이 30분이 넘도록 출발하지 않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열차는 비상등만 켜진 채 냉방장치 등의 가동이 일체 중단됐다. 이 같은 상태가 1시간 넘게 지속되면서 일부 승객들은 고함을 지르거나 경찰서, 소방서 등에 휴대폰으로 구조 요청을 하는 등 아수라장이 빚어졌다.

코레일 측은 부산역에 있던 KTX 열차를 현장에 보내 사고 발생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5시10분쯤 사고 열차를 부산역으로 견인했다. 부산소방본부는 119구급차 13대를 동원해 탈진 증세를 보이는 승객 등을 인근 병원으로 긴급후송했다.

승객들이 표를 환불하는 과정에서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란이 빚어졌다. 주부 서모(37)씨는 다섯 살 딸을 안고 "다시는 KTX를 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는 "열차가 멈추고 불이 꺼지자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며 "화재나 충돌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하던 1시간이 어찌나 길던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승객은 "옆자리에 앉았던 할머니가 호흡 곤란까지 느끼는 것 같았다"며 "50 평생 가장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송풍과 냉방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보조 블럭에 이상이 생겨 전기가 차단되면서 열차가 멈춰선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사고에 대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KTX는 최고 크고 작은 사고가 났지만 열차가 1시간 넘게 터널에 갇히는 일은 처음으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열차가 멈추고 30여분 뒤 이번 사고를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한 것도 코레일이 아닌 승객이었다.

철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대피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터널 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추가 사고가 이어졌을 경우 자칫 대형 인명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라며 "사고 열차를 빨리 안전지대로 옮기는 등 매뉴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날 오전 10시10분쯤에는 서울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KTX 산천 4025호가 신호장치 이상으로 충남 천안아산역에서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 승객 500여명이 다른 열차로 옮겨타는 불편을 겪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