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덤핑시대] 어떻게 딴 학위인데.. 비정규직 전전 절망하는 知性

2012. 7. 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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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터지는 경쟁, 갈곳이 없다

청년실업뿐 아니라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던 박사들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시간과 돈을 들여 박사 학위를 따도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국내에 거주하는 박사 학위 소지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박사 학위 소지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학위자 가운데 35∼39세 비정규직 비율이 15.2%인 데 비해 34세이하 비정규직 비율은 그 두 배가 넘는 33.3%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박사 학위 소지자라고 응답한 1만1816명 가운데 65.8%는 2006년 이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이었다. 박사의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비정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정규 연구직인 '포스트 닥터(Post Doctor)'의 증가세가 한몫했다. '포스트 닥터'란 박사 학위를 딴 뒤 연구소에서 1∼2년 정도 경험을 쌓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포스트 닥터 제도가 생겨난 배경에는 연구 역량을 지니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학위 소지자를 선발해 연구비를 지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박사 학위자 입장에서는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도 연구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력을 인정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박사 소지자가 인플레 현상을 빚게 되면서 포스트 닥터 제도는 일자리가 없는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비정규직 임시 대피소'로 전락하고 있다.

박사 5년차인 한 학생은 "포스트 닥터는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인 비정규직"이라며 "박사 학위자가 많아 정규직의 경우 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석·박사 학위자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용이 불안정한 포스트 닥터에 대한 고민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한 박사 학위자는 "8년째 별정직 연구원 신세"라며 "정규직 전환율은 연구소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남는 자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박사 학위 소지자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2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박사 학위 소지자의 연간 소득은 7817만원인 데 비해 비정규직의 경우 4617만원을 받아 정규직의 5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을 우대해서 뽑는 기업들의 관행도 국내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설 곳을 좁게 만들고 있다. 연세대학교 공학계열 박사 3년차인 김모(35)씨는 "대기업의 경우 해외 박사 학위자 채용 시 국내 박사 소지자와 입사 직급이나 월급이 다르다"며 "몸값을 높이기 위해 비싼 학비를 쓰더라도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채용 관계자는 "해외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국내 기업에 글로벌 트렌드와 기술을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그룹으로 나아가는 추세인 만큼 해외 박사급 연구업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간 차별에 우는 박사 학위 소지자들도 많다. 지방 국립대 자연계열 박사 취득자는 "대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자를 선발할 때 지방대와 수도권대 출신 사이의 차별이 존재한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대 출신의 비인기학과 박사 학위자들은 더욱 설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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