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위안부 74년②]성인들 '냄비관심'.. 고교생 86% "잘 알지 못한다" 충격

이재우 입력 2012. 7. 22. 05:03 수정 2012. 7. 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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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일본 우익인사의 소녀상 말뚝테러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강요된 성노예 발언 이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순간 타올랐다 쉽게 꺼지는 '냄비'같은 관심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아프게 하고 문제해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정부가 최근 '일본군 위안부' 용어를 변경하려다 피해자 단체 반대에 막혀 중단하는 촌극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 피해자 단체간 사전 논의는 없었다.

논의 자체가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위안부(comfort women)' 표현 대신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로 표현하도록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이후 급조됐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은 언론보도 이후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는 표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 정부 차원에서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는 관측을 불러왔다.

김 장관 발언 이후 명칭 변경을 둘러싼 왈가왈부가 시작됐다.

그러나 논의는 한국정신대책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는 피해자와 학계, 여성단체가 20여년간 토론을 거쳐 통일한 용어이고 이미 성노예(sex slave)로 영문표기 중이라고 밝히면서 허무하게 일단락됐다.

국회와 정부가 진중한 상황파악 후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감정에 편승해 섣부른 공론화에 나섰다가 비웃음만 산 꼴이 됐다.

사실 정부는 그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수동적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정도였다.

일본 정부로부터 정부가 동원에 관여했다는 시인을 이끌어낸 것도 유엔과 국제노동기구, 미국 하원, 유럽연합 의회 등에서 일본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결의를 이끌어낸 것도 피해자들이었다.

오히려 정부는 최근 일본과 군사정보를 고유하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밀실 체결하려다 역풍을 맞고 보류하기도 했다. 집권여당은 반일감정은 국익에 안 좋다고 정부를 옹호했다.

정부가 방관하는 동안 1992년 1월8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1000여회를 넘겨 세계 최장기 집회라는 기록을 세웠고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 234명 중 61명만 남기고 모두 숨졌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말뚝테러 후 일본에 항의하겠다며 일본대사관 정문을 차량으로 들이받을 정도로 국민 감정이 격앙돼 있지만 사실 일본군 위안부는 그간 잊힌 존재였다.

22년동안 피해자들이 1030여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열고 일본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지만 호응하는 시민은 일부에 그쳤다.

일례로 강원 양구고 동아리인 '위안부문제연구회' 등이 공주와 울산, 목포, 안성 등 전국 5개 지역 17개 고교생 535명을 대상으로 벌인 위안부 문제 의식조사에 따르면 86%(464명)가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34%(182명)는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료나 홍보자료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은 피해자들이 주춧돌기금을 내놓은지 9년만에야 겨우 문을 열었다.

당초 서대문독립공원 안에 건립하기로 했지만 독립유공자단체가 공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고 주무기관인 서울시는 중재 대신 사업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건립위가 부지를 변경, 재추진했지만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들에게 후원을 요청했지만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원을 거절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희일비하는 냄비근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전시 성폭력이라는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최근 높아진 관심에 대해 "수요집회 22년간 전후 67년간 아무도 안 들어줬다. 할머니가 말뚝 테러범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할 정도다"라고 꼬집었다.

윤 대표는 "여론은 쉽게 사라진다.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다. 냄비근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본질을 파헤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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