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한국, 인구 4000만명으로 줄고 더 늙고 쇠약

오창민 기자 2012. 7. 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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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됐어도 경로석은 '그림의 떡'직장인 1명이 노인 1명 부양 큰 짐노인당 득세로 혜택 늘며 세대갈등

"한국 인구가 4000만명대로 다시 줄어듭니다. 인구는 2012년 6월 5000만명을 넘어선 뒤 28년 만에 다시 4000만명대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자니 김미현씨(70·여·가명)는 28년 전인 2012년 '한국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신문·방송에서 떠들던 때가 생각났다. 당시 '20-50클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에 한국이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포함됐다는 의미였다. 한국의 20-50클럽 진입은 의미가 컸다.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상태에서 맨주먹으로 60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영국부터 일본까지 기존 6개국은 20세기 시작 전에 이미 산업화를 이뤄 선발주자의 이점을 누리면서 20-50클럽에 진입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재벌과 대기업은 마치 자신들의 성과인 양 생색을 냈지만 따지고 보면 노동자·농민의 땀방울과 희생 덕분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이미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쇠락징후가 보였다. 그때 아이를 한 명이라도 더 낳았어야 했다. 그러나 김씨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은 여자에게 불리했고, 더구나 아이까지 생기면 인생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들도 결혼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경제 위기로 월급은 쥐꼬리만하고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판인데 아이까지 갖는다는 것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인구 감소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 2012년 5000만명 돌파는 '옛일로'인구 정책 실패해 '20세기로 후퇴'경제 활력 잃고 선진국 문턱서 추락

김씨의 고향, 부산은 늘 북적거렸다. 이맘때면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100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스무 살에 올라온 서울은 더 심했다. 신림동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탄 뒤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출근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난다. 김씨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한 학년은 12반까지 있었다. 그것도 한 반의 학생 수가 60명이 넘었다. 성적표에 적힌 전교생 수는 720~730명 사이를 오갔다. 교실이 부족해 간혹 2부제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학교를 갈 때는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느니 '식량은 산술급수로 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로 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 강산이 예닐곱 번 바뀌었고 인구는 언제부턴가 줄다가 오늘 마침내 4000만명대로 추락했다. 사람 수가 줄었는데도 가구 수는 2200만가구로 30년 전에 비해 500만가구가 늘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할머니·아버지·어머니 외에 동생 둘을 포함해 가족 수가 6명이었던 내 60년 전 이야기를 하면 요즘 아이들은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평균 나이는 쉰을 넘었다. 엊그제 통계청은 한국의 중위연령(전체 인구를 연령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 나이)이 52.6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0년 21.8세, 2010년 37.9세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미국(39.6세)·프랑스(42.7세)·영국(42.4세)·독일(50.0세)보다 높고, 일본과 똑같은 수준이다. 노인들이 특히 많은 전남지역은 중위연령이 60세를 넘었다. 환갑이 되어도 중간 나이밖에 안되는 것이다. 인구가 줄었지만 문제는 젊은 인구만 줄었다는 것이다. 노인은 더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1650만명으로 2010년(545만명)의 3배가 됐다. 실제로 주변에는 노인들뿐이다. 서울 종로나 강남, 부산 남포동, 광주 충장로 어디를 가든 노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아기 울음소리 들을 일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웬만한 도시에서도 아이 구경하기가 어렵다. 버스·지하철 좌석은 절반이 경로 우대석이지만 일흔밖에 안된 김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얼마 전 경로 우대석에 앉아 있다가 팔순 노인으로부터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양로원에서 발이라도 좀 뻗고 편히 있으려면 여든은 넘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났다. 노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인 전용 미용실·PC방·당구장 등이 생겨나더니 일흔 이상만 회원으로 받는 결혼정보업체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예순 이상만 출전하는 격투기, 일흔 이상 남자들만 뛸 수 있는 축구 리그가 생겨났다. 강원도 전방 마을에는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 예비군이 창설됐다.

아프리카에는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이 오랜 전쟁 끝에 고죽국을 정벌하고 돌아오다가 산중에서 길을 잃었으나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 길을 찾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요즘 젊은이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친다. 경로우대 사상은 사라진 지 오래고 세대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하기야 지난 10년간 노인들이 너무 많이 해먹었다. '노인당(黨)' 후보가 국회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지방의회는 과반수를 장악했다. 설령 노인당 후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노인들을 위한 공약이 없으면 당선될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노인 감세'와 '노인 의무고용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덕분에 노인들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취업 등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100세 이상 노인에게는 연금을 두 배로 주는 정책도 마련됐다.

노인 복지도 이만하면 외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 모든 공공기관에는 노인을 위한 휴게시설이 설치돼 있다. 서울의 각 구청에는 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시설이 24시간 운영되고, 동사무소에는 노인병 전문의가 배치돼 무료로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해준다. '119' 전화에 도움 요청을 했지만 전문 간호사가 5분이나 지난 뒤에야 도착해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 이슈가 돼 노인들을 위한 응급·재난 구호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내년부터는 노인들의 성형수술도 무료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 젊은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反)노인'을 구호로 내건 '새벽 청년당'이 등장했다. 이들은 90세 이상 노인들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30대 이하 젊은층의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인 연금과 노인들의 의료보험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지 않는 한 세금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새벽 청년당 일부 당원들은 노인들을 상대로 백주대낮에 테러를 가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취업 기피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일하고 벌어봐야 모두 노인들 몫으로 가는데 왜 일하느냐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불효와 불경을 한탄하고 있지만 노인들 때문에 젊은 세대가 고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노인(65세 이상) 수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율은 1980년 6.1명이었다. 100명이 6명의 노인을 봉양하면 됐다는 의미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15.2명으로 증가했고 2040년에는 57.2명이 됐다. 생산가능인구에 고등학생 및 대학생, 실업자, 군인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직장인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자녀를 낳지 않았던 노인에게는 복지 혜택을 줄이고 은퇴 연령을 여든 살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줄다보니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하고, 경제 성장도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총인구 10명 중 7명인 3600만명이 생산가능인구(15~64세)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700만명이 줄었다. 한국 경제가 급성장을 하던 1980~2000년 사이에는 생산가능인구가 1000만명이 늘었다.

선진국 중 생산가능인구가 지난 30년간 증가한 나라는 미국이 독보적이다. 꾸준히 이민자들을 받아들인 덕분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같은 기간 각각 180만명, 10만명이 늘었다. 그러나 해외 이민자 수용에 소극적인 일본과 독일은 각각 2000만명과 1200만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었다. 한국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외국인들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아왔을 때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한때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뒀던 한국은 이제 늙고 쇠약해져 다문화·인구 정책의 실패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을 뿐이다.

<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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