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 매년 1만명..갈길 먼 '다문화한국'

2012. 6. 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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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 2030년 44만명 경제성장 속도 내려면 다문화 적극 수용해야

◆ 해체되는 한국의 가족 / ⑤ 다문화 가족의 명암 ◆ #장면1. 중국 옌볜 출신인 최영남 씨(35)는 한국에 거주한 지 벌써 4년이 된 고참 외국인 근로자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제약 원료회사 에스에스팜에서 일하는 최씨는 지난 5월 정규직 직원이 됐다. 최씨는 "매달 받는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아내와 함께 생활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규 에스에스팜 부장은 "최씨가 지난해부터 일하면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며 "젊은 사람들이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을 꺼려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면2. 2008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느구웬 씨(29ㆍ가명). 베트남 출신인 그녀는 집을 나온 지 벌써 2년6개월이 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해 온 느구웬 씨는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는 "남편은 전혀 일을 안 하고 시아버지는 나를 일꾼으로만 부렸다"고 눈물을 떨궜다. 이어 그녀는 "몸이 아파 사흘 동안 병원에 다니느라 일을 못했더니 시아버지와 남편이 왜 일을 안 하느냐며 학대하고 폭행했다"며 "이혼해달라고 얘기하니 2000만원을 가져오면 이혼해 주겠다며 더욱 괴롭혔다"고 울먹였다.

다문화 가정은 이제 인구 5000만 시대 '한국의 가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은 2030년부터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한국에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차별의 대상이고 관련 정책도 시혜적 측면만 강조하는 사례가 많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정 규모 외국인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 다문화 가구원 수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2010년 실시한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는 38만6977가구에 가구원 수는 93만9379명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1757만4067가구이므로 다문화 가정은 2.2%다.

특히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다문화 가정을 확대 적용해보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장ㆍ단기 체류 외국인 수는 141만8149명이다. 2001년 56만7000명과 비교해 보면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꾸준한 유입은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한 원동력이 됐다.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4900만명 이상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통계청 관계자 설명이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정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이주 노동자 때문이다.

중국 옌볜 출신인 박성용 씨(33ㆍ가명)는 지난 5월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마을 특구에 있는 한 중국음식점에 조리사로 취직했다.

박씨는 "중국에서 정식으로 요리학원을 졸업하고 음식점에서 일을 배웠다"며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자녀를 낳아 사는 게 목표"라고 웃어 보였다.

박씨와 같이 외국인 근로자 수십만 명이 한국에서 새 가정을 이루면 후속적인 인구 증가 효과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인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 가정 출산율은 이 분야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출생아 수는 47만171명으로 2009년(44만4849명)에 비해 5.7% 증가했다. 이 중에서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만312명으로 2009년(1만9024명)에 비해 6.8% 증가했다. 반면 부모 둘 다 한국인일 때 출생아 수 증가율은 5.6%에 그쳤다. 다문화 가정이 낮은 출산율을 소폭이나마 끌어올린 셈이다.

최홍 연구원은 "단기간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 제도로는 낮은 출산율을 타개할 정책이 되지 못한다"며 "생산인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실시하는 나라처럼 한국도 이민제도를 재검토해 우수 노동력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30년에는 지금의 두 배인 279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140만명이니 연평균 7만명의 외국인이 국내에 유입된다는 계산이다.

이 중에서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 결혼 이민자는 2011년 14만4681명에서 2030년에는 43만9269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5.82% 증가율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자, 유학생, 북한 이탈주민까지 포함하는 '다문화 가정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한국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이 된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한국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기획취재팀=전병득 차장 / 채수환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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