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여성 '112 전화' 7분36초간 연결됐었다

이상호 기자 2012. 4. 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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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테이프 찢는 소리 수화기에 계속 흘러나와

떨어뜨린 휴대전화에서 그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향해 뒤늦게 범행 장소를 반복해서 묻지만 그는 대답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극심한 공포에 내던져져 있었다. 입과 손발을 묶으려고 테이프를 찢어내는 소리와 절규는 112신고센터 상황실에 한참 들려오다 어느 순간 '뚜' 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지난 1일 경기 수원에서 중국 동포 우모씨(42)에게 납치돼 살해된 ㄱ씨(28)와 112신고센터의 휴대전화 연결시간은 1분20초간의 대화시간을 포함해 7분36초였던 것으로 6일 밝혀졌다.

ㄱ씨는 휴대전화로 신고를 하다 범인에게 발각되자 전화를 끊지 않고 켜둔 상태로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어쩌면 경찰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기대하며 그렇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경찰은 "안타깝지만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주장하나 억울한 죽음 앞에서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했다.

ㄱ씨는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용기를 내 휴대전화로 경찰의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1분20초 동안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렸다.

그렇지만 '112'는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그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렸다. 112신고센터 근무자는 신고자의 피해 장소를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기본업무조차 지키지 않고 답답한 질문만 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경찰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사건 축소에 급급해 국민에게 여러 거짓을 전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 직후 "피해자 ㄱ씨가 피해 장소를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발신음 추적으로 기지국 반경 300~500m를 35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밤새 샅샅이 수색했다"고 밝혔다.

거짓말이었다. ㄱ씨가 112에 신고하면서 자신이 납치된 위치를 비교적 상세하게 알린 사실이 녹취록 공개로 뒤늦게 드러났다.

35명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주민들의 증언대로라면 믿기 힘들다. 경찰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들의 사건 당일 근무일지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ㄱ씨의 신고전화도 지난 5일에는 1분20초 만에 끊겼다고 밝혔었다.

ㄱ씨가 공포에 떨며 숨지기 전에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휴대전화로 신고를 한 사실이 범인에게 발각되자 범인을 향해 한 "아저씨, 아저씨 잘못했어요"였다.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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