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아직도 사회적 약자랍니다"

입력 2012. 3. 8. 17:45 수정 2012. 3.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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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피해 여성 상담하는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여성의 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성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49)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성 수는 줄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여성상담 전문단체 '한국여성의전화(02-3156-5400)'에는 한 해 1만5000~2만건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도움 요청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90~2002년 발생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46%가 남편이나 애인에게서 목숨을 빼앗겼다. 이 중 70% 이상이 해당 남성한테서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2010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가구당 1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정 상임대표는 "이는 외국보다 세 배 많은 수치"라며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성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살인죄로 수감된 여성이 가장 많아요. 남편을 살해한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들 여성의 80%는 남편에게서 폭력을 당해왔어요.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죠. 결국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이들을 방치한 사회의 문제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오랜 가정폭력 끝에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의 구명운동을 하고 있다.

정 상임대표는 "살인의 고의성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에선 같은 살인 범죄에도 지속적으로 아내를 때리다 살해한 남편에겐 상해ㆍ폭행ㆍ과실치사죄를, 폭력에 못 견뎌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겐 살인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국에 비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를 적용하는 기준도 까다롭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1심에서 9년형을 선고받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여성이 있습니다. 남편이 자신을 때린 것은 물론 딸을 초등학생 때부터 성추행했답니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남편에게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다 아내는 결국 남편을 살해했어요. 이 여성은 구명운동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는 그의 말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3년 설립된 국내 최초 가정폭력ㆍ성폭력 전문상담기관이다. 1984년 '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1987년부터 최초로 여성쉼터를 운영하는 등 여성의 일상 문제를 사회문제로 이끌어낸 바 있다.

우여곡절도 많다. 1991년에는 도망친 아내를 폭력 남편이 상담요원들을 '인신매매단체'라며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조사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해당 경찰서장은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아내를 찾아온 남편이 쉼터 직원들을 협박해 단체로 피신을 다녀야 했던 적도 부지기수다.

정 상임대표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가정폭력 관련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제정된 것이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특별법 등이다. 그는 "여성 폭력 근절은 의식ㆍ문화 개선,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 노동 시장 개편 등 여러모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한국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3ㆍ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를 연다. 정 상임대표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성 정책을 알리고, 여성 폭력과 인권ㆍ노동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부장제는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희생을 강요하는 매우 억압적인 제도"라며 "남성들도 이에 동의한다면 여성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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