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1절] 애국가 모르는 초등생들

곽래건 기자 2012. 3. 1. 03: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명에게 가사 써보라 했더니.. 64명이 1절도 못써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태권도장. 오후반에 다니는 초등학생 1~6학년 18명에게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구절이 끝나자마자 가사를 더듬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2절로 넘어가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시작하는 구절을 부를 줄 아는 아이는 단 3명이었다. 학생 대부분이 1절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다른 아이의 노랫말을 듣고 더듬더듬 따라하거나 입만 벙긋하는 학생이 많았다. "어려워요" "모르는 걸 왜 시켜요"라는 반응도 나왔다. 다른 지역의 태권도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본지는 서울의 태권도장 5곳(용산구·서대문구·송파구·강북구·서초구)을 무작위로 고른 뒤 남녀 초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애국가를 불러보게 하고 가사를 적게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절까지 적어낸 학생은 단 1명도 없었고 1절 이상을 적어낸 학생은 100명 중 36명에 불과했다. 맞춤법이 조금 틀려도 정답으로 인정한 결과였다.

나머지 64명은 1절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 중 18명은 백지 상태로 답안을 제출했다. 저학년(1~3학년)뿐 아니라 고학년(4~6학년) 중에서도 1절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가슴 맑은 가슴 우리나라 만세'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마르고 닳도록' 등 정체불명의 엉뚱한 가사가 속출했다.

애국가의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대부분 몰랐다. '안익태'라고 정답을 맞힌 학생은 100명 중 7명이었다. 93명의 학생이 백지 혹은 오답을 적어냈다. 절반 이상이 백지 답안을 냈고, 일부 학생은 '대통령' '이율곡' '세종대왕' '신사임당'이라고 적어냈으며, 한 3학년 학생은 '베토벤'이라고 썼다.

일선 초등학교에선 1학년 학생들에게 애국가를 교육하고 있다. 1학년용 '바른생활'에는 '애국가를 부를 때에는 바른 자세로 서서 부릅니다' 등의 내용과 함께 음정이 표시된 애국가 가사가 적혀 있다. 또 1학년용 '생활의 길잡이'에는 1절부터 4절까지의 애국가 가사 일부를 비워놓고 이를 채워넣게 하는 교육 내용이 있다. 2학년부터는 애국가와 관련한 특별한 교육 내용이나 지침은 없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1학년만이라도 애국가 교육을 제대로 시켰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박모(여·26) 교사는 "방송 조회 때 부르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이들이 애국가를 부를 기회는 거의 없다"며 "조회 때 애국가를 안 부르거나 잘 몰라도 나무라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모(11)양은 "애국가는 1학년 때 한 번 배웠다"며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1절밖에 모르는 것을 알고 조회 때 1절만 부르게 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애국가 교육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정책이 있기보다는 각 학교별로 알아서 교육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일제식 교육'이라는 이유로 실외 조회 등이 사라지며 애국가를 부를 기회가 없어져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인데도 미래 주역들이 애국가조차 모른다는 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우리 스스로 미래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 애국가의 '이 기상과 이 맘으로…'는 몇절일까?
  • "동해물과 백두산 '폭발'… 우리나라 '멸망'"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