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경찰서?..6개월만에 서장 5번 교체
제주해군기지 건설지역 '서귀포서'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서귀포시의 치안 책임자인 서귀포경찰서장이 6개월 만에 5번이나 바뀌어 단일 경찰서에서 단기간 최다의 교체 기록을 세웠다.
경찰청은 23일자로 김학철 서귀포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후임 서장에 이동민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을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김 총경은 부임 2개월 만에 서귀포서장에서 물러났다.
◇서장 교체 배경은 = 제주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김학철 전 서장이 4개월의 병가 신청을 내 이번 총경급 인사에 포함됐다.
제주경찰청 인사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서장이 제주해군기지 사업 반대 집회 경비 업무로 연일 잠을 자지 못하는 등 피로가 쌓여 어제 지방청 인사담당 부서로 '상당기간을 안정해야 한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전 서장의 병원 진단명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전단계'다. 일종의 신경계의 이상 증세로 불안감이나 어지럼증 등을 동반하는 병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찰의 설명에도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서장 인사가 발표된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란과 관련해 참여정부 핵심관료를 지낸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의 발언내용을 소개하며 '말 바꾸기' 행태를 지적한 터였다.
따라서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주변의 경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서장 교체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6개월만에 5번 교체 = 서귀포경찰서장은 지난해 8월말 제주해군기지 경비 책임을 물어 당시 송양화 서장이 교체된 이후 6개월간 5번이나 바뀌었다. 매번 새 서장이 부임할 때마다 제주해군기지 부지 주변에 대한 경비 강화대책이 나왔다.
작년 8월은 제주해군기지 사업 부지 주변에 펜스 공사가 진행된 시기로, 경찰과 반대측 마을주민 간 큰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경찰에 연행되자 주민들이 호송차량을 막아서는 사태로 번졌다.
당시 송 서장은 김재윤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도의회의장, 마을대표들과 '강 회장이 경찰조사에 응하면 석방한다'는 약속을 하고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이 연행자를 두고 협상을 했다는 이유로 송 서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부임 한달여 만에 물러나야 했다.
이어 발탁된 강호준 서장은 부임 한달 만에 허리를 다쳐 병가를 내고 서장직에서 잠시 물러났고, 강명준 총경이 직무대리를 맡아 17일의 짧은 임기를 수행했다.
강호준 서장은 같은 해 10월 중순 병원치료를 마치고 서장에 복귀했지만 12월 하순 정기인사에 포함되면서 교체돼 그나마 가장 긴 4개월의 서장 업무를 수행했다.
강호준 전 서장은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연일 충돌이 빚어져 치안을 맡은 서귀포경찰도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서별로 현안이 있겠지만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최우선 현안으로 여겨져 경찰청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 차원의 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일선 경찰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한편 새로 서귀포서장으로 부임한 이동민 총경은 전북 출신의 간부후보 37기로, 지난해 7월 제주청으로 발령돼 생활안전과장을 맡아왔다. 그는 최근 6개월간 제주 출신이 아닌 첫 서귀포경찰서장이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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