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 "노스페이스 이젠 싫다"

입력 2012. 2. 15. 19:30 수정 2012. 2.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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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행 지나서…일진이 두려워서…개성있게 보이려고

이제 한 학급 5~6명뿐 …전문가 "개성·주체성 커져"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제2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학생들한테서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자신의 '계급'을 올리기 위해서나 왕따를 당할까 봐 걱정돼 노스페이스를 입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부끄러워서', '유행이 지나서', '개성있게 보이려고', '일진이 두려워' 등의 다양한 이유로 노스페이스를 입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이 부모를 졸라 사 입는 노스페이스가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뜻에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자, 학생들 사이에 '부끄럽다'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 반에 절반가량이 노스페이스를 입던 학급에서도 요즘은 5~6명 정도만 입고 오는 경우도 생겼다.

서울 한 중학교 황아무개(16)군은 "38만원이나 주고 노스페이스 점퍼를 샀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입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반 친구들이 노스페이스를 입자 덩달아 사서 입었지만, 이제는 유행이 지나 입지 않는 학생도 늘었다. 조아무개(17)양은 "같은 반 학생들 대부분이 사실 폼으로 입고 다녔지만 지금은 유행이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 똑같은 노스페이스만 입다 보니 사람 자체도 똑같이 개성이 없어 보여, 노스페이스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옷을 입는 학생들도 생겼다. 이들 가운데는 30만~60만원짜리 노스페이스 점퍼를 옷장에 넣어두고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의 점퍼를 사서 입는 학생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김아무개(17)양은 "한 반에 30명 학생 모두 노스페이스를 입었는데, 너무 노스페이스만 입다 보니 똑같아 보인다며 요즘에는 그냥 점퍼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진들의 표적이 될까 두렵기도 하고, 노스페이스가 일진들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해 입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3월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박아무개(18)군은 "같은 학교 친구가 일진들에게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긴 이후로 다른 브랜드의 점퍼를 입고 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며 "일진이 설치는 분위기에서는 노스페이스 입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스페이스 유행에 휩쓸렸던 청소년들의 개인의식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탈 노스페이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형 서울대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청소년들이 같은 옷을 입는 것은 또래 집단 내부에서 형성되는 동조현상으로 집단 속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의 표시"라며 "탈 노스페이스 현상은 실제로 해보니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자기 주체성과 고유성의 욕구가 생기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의류 업계 관계자들은 "청소년들의 탈 노스페이스 분위기는 다른 브랜드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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