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있어도 '덜덜'..쪽방촌의 혹독한 겨울

곽상은 기자 2013. 12.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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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처럼 날이 추울수록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료비, 전기요금 걱정만 늘어갑니다.

쪽방촌의 성탄절을 곽상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빌딩 숲 사이 섬처럼 자리 잡은 서울 영등포 쪽방촌입니다.

두 살배기 보배는 넉 달 전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냉골인 이 방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고 있습니다.

[윤송민/보배 아버지 : 보일러가 고장이 났어요. (집주인한테) 말을 못해요, 방값을 못 내니까…]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겨울이 되면서 일감찾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 게 없는데, 못 해주는 게 그게 힘들어요.]

비좁은 골목을 끼고 들어선 이곳 쪽방촌엔 500가구가 넘게 살고 있는데 대부분 일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60세 이상 노인이고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도 150명이나 됩니다.

난방비 부담이 큰 겨울은 이들에게 더 힘든 시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가까이 신부전을 앓아온 이용규 할아버지는 종일 방안에 머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네 낡은 기름보일러는 제대로 돌아가질 않습니다.

[이용규 : 바람이 너무 들어와요. 추위를 별로 안 타는데도 여기선 어찌나 추운지, 외풍만 없으면 살 것 같아요.]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멀쩡한 보일러가 있는 집도 추위에 떨긴 마찬가지입니다.

[김진호 : 새벽 5, 6시 쯤에 한 번 틀어주면 30~40분 정도 (보일러를 틀어줘요) 안 틀어줄 때가 많아요.]

전기장판 외에 다른 전열기구라도 들여놨다가는 집주인과 얼굴을 붉혀야 합니다.

[김00/쪽방촌 거주자 : 사용하지 말라는 거죠. 전기세가 워낙 많이 나오니까. 항의하면 '다른 데로 가라'고 해요.]

이곳 주민의 60%정도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지만, 정부에서 동절기에 난방비를 별도로 지원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입의 10분의 1 이상을 난방비 등으로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은 최대 200만 가구로 추정됩니다.

복지 예산 100조 시대를 맞아 에너지 빈곤에 대한 별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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