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계속 살고픈 마을 만들어야"대전 달동네에는 행복 무지개가 뜬다

2008. 11. 6. 14: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오연호 대표기자 심규상 김동환 최봉실 기자

박성효 대전시장.

ⓒ 심규상

'재개발'과 '강제철거'는 동의어다. 재개발사업 뒤에는 대책 없이 쫓겨나는 철거민 문제가 어김없이 뒤따른다. 오랜 사회적 갈등과 문제 제기에도 대책 없는 강제철거는 여전하다.

대안은? '적절한 주거대책'을 마련한 후 철거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철거로 파괴되는 것은 주거공간만이 아니다. 겹겹이 쌓아온 공동체와 일자리, 기존 복지서비스 등 생각도 못한 유·무형의 자산이 불도저와 함께 망가진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1955년 대전에서 출생 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몸담았다.

줄곧 대전에서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을 거쳐 대전시 지역경제국장, 기획관리실장, 대전시 정무부시장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근정포장(94)·황조근정훈장(97)·대전개발상(2001) 수상했으며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입당,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이에 대전시가 내놓은 답안은 '무지개 프로젝트'다. 기존의 개발방식이 싹쓸이식 철거 후 새로 건물을 짓는 방식이라면 무지개 프로젝트는 원래 있던 마을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박성효 대전시장의 말을 빌리자면 '빈곤마을 재생사업'이다.

박 시장은 "우선 빈곤마을을 생활환경과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꿔 레벨업 시키고 있다"며 "'찔끔찔끔'이 아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일시에 집중해 확실하게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이 무지게 프로젝트를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빈곤 동네의 각종 문제를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공동체를 복원하는 새로운 복지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대전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행복 무지개' 떴다

대전시가 빈곤동네를 재생시키는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달동네의 옹벽에 그림을 그리는 일도 재생사업의 하나다.(대전 동구 대동)

ⓒ 심규상

대전시가 우선 무지개를 띄운 곳은 영구임대아파트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마을이다. 대충하는 땜질식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작은 도서관과 공부방도 만들고 주변 학교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게 지원하고 있다. 빈 교실은 어학실습실로 탈바꿈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외벽은 물론 모든 세대의 도배와 장판, 화장실 내부, 싱크대까지 새 것으로 모두 바꿨다. 또 주민들과 오랜 논의를 거쳐 알코올상담소 등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했다. 시청 공무원들은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튜터(개인 지도교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달동네 지역은 우선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와 가스안전 점검을 벌였다. 이후 공동 화장실, 공동 주차장을 비롯 폐가를 매입해 공공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칙칙한 옹벽은 미술 작가들의 손에 의해 꽃과 나무가 사는 생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 공무원들이 자녀 개인교사까지 자처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갖자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한두 번 만들다 말겠지 했던 '마을신문'도 결호 없이 3년째를 맞고 있다.

한 주민은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 이후 주민들간 소통과 나눔이 크게 늘어나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됐다"며 "그동안 우리 아파트 주민들을 외면해오던 인근 평수 큰 부자아파트 주민들이 이제는 우리 아파트로 놀러오는 등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지역공동체 복원 위해 무지개프로젝트 추진

대전 둥구의 달동네. 대전시는 이 곳을 철거하지 않고 재생시키는 '무재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 심규상

그런데 왜 이런 '발상의 전환'이 대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싹쓸이식 뉴타운 개발을 하고 있는 서울은 왜 대전 같은 방식을 택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질문들을 갖고 지난 주 대전시청사를 찾아간 <오마이뉴스> 취재팀에게 박성효 시장은 "토지 소유주나 집 주인들이 재개발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모두 나선다면 행정기관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계속 살고 싶도록 (환경을) 개선시켜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그 동네를 버려진 동네로 치부하면 안 된다"며 덧붙였다.

그는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무지개 프로젝트의 접목 가능성과 관련 "서울은 대전보다 재정형편이 좋아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며 "각 구청별로 달동네를 찾아 마음먹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거듭 "무엇보다 없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외형상의 환경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발적인 모임이 생겨서 스스로 '동네를 가꾸자'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며 "화기애애한 공동체가 형성될 때까지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용기를 갖게 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는 지역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내년까지 무지개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전시에서 저소득층 밀집도가 자장 높은 동구 판암 1,2동을 시작으로 서구 월평2동, 대덕구 법 1·2동으로 사업대상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정주환경 및 교육환경 개선, 자활능력 배양 등 모두 85개 대책사업이 동시 추진되고 있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빈곤마을 재생사업'"

다음은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오연호 대표기자 등 <오마이뉴스> 취재팀 4명과 박 시장이 나눈 대화요지다.

박성효 대전시장.

ⓒ 심규상

- 서울의 뉴타운 개발방식은 과도한 사회적 비용 등으로 논란이 많다. <오마이뉴스>에서 사회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전시 '무지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선 이 같은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연히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굉장히 어렵고 상황이 아주 열악했다. 그런 걸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장이 된 후 대전에 영구임대아파트가 몇 개인지 파악했다. 10곳에 1만 2000여 세대가 살고 있었다. 영구임대주택이 있는 곳은 대전시 평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의 3∼4배가 넘었다. 심지어 있는 집 부모들이 자녀들을 못사는 집 애들과 같은 학교에 안 보내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못 사는 동네에 사는 부모는 이런 얘기에 얼마나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애들은 또 얼마나 기가 죽었겠는가.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 '무지개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나?

"옛날에 어려운 시절과 희망을 말할 때 무지개를 많이 떠올렸다. 그래서 무지개 프로젝트라고 직접 이름 붙였다."

- 무엇을 목표로 어떤 사업을 벌이나?

"무지개 프로젝트는 '빈곤마을 재생사업'이다. 빈곤마을의 생활환경과 주변 정주여건을 바꾸고 다양한 사회문화 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그 지역 주변 학교와 관련된 시설은 다른 곳보다 더 잘 지원해서 아이들이 기 죽지 않도록 하려고 하고 있다.

애들 때는 우리 동네가 못사니까 학교시설도 잘 안 해 주는구나하는 심리가 있다. 이런 부분까지 감싸 안기 위해 마음먹고 집중 관리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학교 담장도 새로 해주고 빈공간도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 동네에서 우리 동네를 우리가 잘 가꿔보자는 마을 공동체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면 이 사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눈에 띄는 생활환경과 정주여건부터 획기적으로 바꿔 레벨업 시키고 있다. '찔끔찔끔'이 아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일시에 집중해 확실하게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 집중과 선택을 해 지원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배제된 다른 지역이나 의회에서 항의가 있을 수 있는데?

"사업을 저소득층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동구 판암동에서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누구나 당연히 지원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또 한 군데만 하고 그만 둘 사업이 아니다 보니 항의는 없다."

- 오늘 현장을 둘러보니 각 사업지역별로 특성이 다른 것 같다.

"그렇다. 동구 판암동 지역 영구임대아파트는 주택공사가 운영주체다. 반면 대덕구 법동 영구임대아파트는 운영주체가 대전시가 투자한 대전도시개발공사다. 그래서 도시개발공사에 일반 아파트처럼 관리 개념이 나닌 복지의 개념으로 전환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했다. 도배와 장판도 다시하고, 싱크대도 갈아주고, 부서진 곳 고쳐주고, 입주자가 없어서 상가가 놀고 있으면 그것도 그냥 주민들 공간으로 쓰게 주도록 했다. 돈은 다른 곳에서 벌으라고 했다. 동구 대동은 달동네지역이다."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면 재개발 막을 수 있다"

달동네 옹벽이 작은 조형물 몇 개로 새단장했다. (대전 동구 대동)

ⓒ 심규상

- 대전도시개발공사 얘기를 했는데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주택공사 소유가 많다. 주택공사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동구 판암동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할 때는 주택공사가 많은 협조를 하고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앞으로도 주택공사의 참여를 계속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주공이 가지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가 훨씬 많다. 우리가 이걸 계속하면 아마 자연스럽게 '대전도시개발공사도 하는데 주택공사는 뭐하냐'는 여론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문도 이문이지만 어디까지나 복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는 수도세 못내도 절대 단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전기는 시에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지만, 그런 거 하면 안 된다."

- 동구 대동 같은 경우는 달동네다. 어떤 식의 개발방법을 구상중인가?

"사실 아파트는 밀집지역이라 오히려 고치기가 더 쉽다. 대동과 같은 달동네는 고치기가 쉽지 않다. 길도 고쳐주고, 주차창도 만들고, 학교 도서관도 넣어주고 해야 한다. 모두 이런 공간의 맛을 못 본 사람들이다. 우선은 안전하게 전기와 가스, 수도 같은 기초시설을 점검해 줬다. 또 동네 모양을 가꾸기 위해 벽에 예쁜 그림을 그렸다. 우선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것부터 챙겨서 지원하고 있다. 고민 중인데 조만간 빈집 몇 채를 사서 공공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대부분 달동네는 싹 밀고 아파트 짓는 개발방식이 많았다. 그대로 유지하는 개발방식을 결정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토지 소유주나 집 주인들이 재개발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모두 나선다면 행정기관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곳에 계속 살기를 원한다. 주민들은 보상받은 돈 가지고 다른 곳 가서 살만한 곳을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민들이 싹 밀고 아파트 짓는 개발에 동의하지 않도록 동네를 개선해주면 된다. 사람들이 계속 살고 싶도록 (환경을) 개선시켜주면 된다. 그러려면 그 동네를 버려진 동네로 치부하면 안 된다."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줄 것"

대전시는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해서는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주고 있다. 시설개선 공사가 진행중인 대덕구 법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 심규상

- 향후 동구 대동과 같은 달동네 지역 개선사업을 할 경우 아파트건설 방식이 아닌 지금과 같은 개발방식을 고수할 생각인가?

"그렇다. 지금의 상태를 개선시켜서 사는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편리함을 느끼게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서울에서는 뉴타운식 개발에 대한 논란이 많다. 낮은 재입주율과 사라지는 지역 문화 등은 주된 논란의 대상이다. 대전의 사례가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 접목 가능하다고 보나?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울은 대전보다 재정도 더 많으니까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 각 구청별로 달동네 다 있다. 그런 곳을 찾아가서 마음먹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되지 않겠나. 때려 부수는 개발방식은 때려 부셔서 돈 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개발보상금을 받아도 그 돈 갖고는 다른 것으로 옮겨 살 수 없다. 사정을 뻔히 알지 않나."

- 오늘 한 마을복지관의 간부는 '무지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소통'이라고 했다. 무지개 프로젝트를 접목하려하는 다른 도시에 조언을 해준다면?

"마음이 참 중요하다. 동네에 가서 시민들 만나면 시민들이 저게 표 얻으려고 온 건지, 아니면 진짜 무슨 얘기를 들으러 온 건지 금방 안다. 진짜 관심을 쏟는구나하는 신뢰가 생길 때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얘기를 같이 나눈다. 진심으로 '저 사람들 어려운데 어떻게 도와줘야 될까' 이런 생각 가지고 직접 참여해서 의견을 나누다보면 할 수 있다. 사실은 이게 행정의 가장 기본이다. 무슨 특수한 기법도 아니고…."

- 한 지역에서 '무지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어디까지로 보고 있나?

"시설개선과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은 완공이 되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동네에서 자생적인 모임이 생겨 청소도 하고, 단장도 하고 '우리 동네 우리가 가꾸자'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다. 판암동에서는 마을신문도 만들더라. 이런 것 지원해야한다. 화기애애한 공동체가 형성이 되고 그러면 된다. 돈이 없어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생업을 할 수 있는 직업공간으로 연결돼야 한다. 나중에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을 때는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아파트형 공장 같은 것을 함께 지으면 좋겠다. 관심만 있으면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주요기사]☞ 오바마가 이명박 정부 처지 고려할 것 같은가☞ "미제 빨갱이" 보는 조갑제가 웃긴 까닭☞ "대풍이면 뭐하나? 자식 같은 농산물, 내 손으로 묻고 있다"☞ [나홀로 졸업여행]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노는 건 처음"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