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신속한 살처분, 알고보니 '생매장'

입력 2010. 12. 22. 09:37 수정 2010. 12. 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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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경제부 이재웅 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 오늘의 주제는?

=지난 달 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 북부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어제는 강원과 충청권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지금까지 살처분, 매몰된 가축은 22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피해지역이나 살처분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로 기록되고 있다.

가히 '구제역 쓰나미'로 불릴 만한 대재앙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가 과연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 만한 일들이 구제역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가축 생매장이다. 실태와 이유를 알아보겠다.

▶ 생매장이라면 산 채로 구덩이에 넣는다는 것인데, 실제로 어느 정도나 이뤄지고 있나?

= 상대적으로 몸집이 크고 숫자가 적은 소의 경우는 약물주사에 의해 살처분된 뒤 정상적으로 매몰되고 있다.

문제는 돼지이다. 구제역 피해를 입은 돼지농장은 대개 한 농장당 1,000마리, 많게는 10,000마리씩 사육하고 있다.

숫자가 많다. 이 때문에 인력부족과 시간부족을 이유로 비정상적인 매몰이 자행되고 있다.

어제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구제역 축산농가 주민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돼지는 그냥 트럭에 실어 날라서 파묻는다. 꽥꽥거리고 죽는데, 그걸 보면 밥을 못먹는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구제역 때문이라지만, 예방적 살처분에 의해 멀쩡한 돼지들이 '고통없이 죽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땅에 산 채로 파묻히고 있는 현실이다.

▶ 생매장은 엄연히 현행법이나 지침에 위반되는 행위죠?

= 그렇다. 구제역 살처분과 관련해 생매장은 현행 법규상 불법이다.

동물보호법 제11조, 동물의 도살방법을 보면 "축산물가공처리법이나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 가스법이나 전살법(전기충격에 의한 도살)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23조에도 "살처분명령을 받은 자는 당해 가축을 사살, 전살, 타격, 약물사용의 방법으로 즉시 살처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제4장에는 "사살, 전살, 타격 등의 방법 중에서 현장에서 사용이 용이하고 신속히 완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어떤 규정을 보더라도 약물주사나 전기충격, 타격 등의 방법으로 살처분을 먼저한 뒤 매몰하도록 돼 있지 생매장해도 된다는 규정은 없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고통 없이 죽은 권리, 즉 동물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 해당 공무원들은 생매장 사실을 인정하나?

=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농식품부가 살처분 범위를 정해주면 실제 살처분은 해당 지자체가 실행을 한다.

그런데, 농식품부나 지자체는 대개 원칙적인 얘기만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매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마취나 전살법, 타격법을 쓰도록 규정돼 있다"고 하면서 "지자체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고,

경기 북부지역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소와 돼지 모두 약물투여를 원칙으로 한다"며 처음엔 생매장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 처음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인정했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생매장의 문제점이 많죠?

= 물론입니다. 앞서 언급한 비인도적인 동물학대라는 측면이 있다. 또다른 차원으로는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산 채로 파묻을 경우 동물들이 땅 밑에서 발버둥치면서 바닥의 비닐을 찢어 바이러스에 오염된 침출수가 지하수나 농업용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살처분을 할 때는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바닥에 비닐을 깐 뒤, 생석회를 뿌리고 가축을 매몰한 뒤 다시 생석회를 뿌리고 가스 배출용 파이프를 세운 뒤 흙을 1.5~3미터 가량 덮도록 돼 있다.

▶ 그럼 살처분, 매몰 현장에서는 왜 생매장하게 되는 거죠?

= 신속한 방역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에서 보듯이 한 곳에서 발생하면 금세 주변지역에서 연쇄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소는 반경 500미터, 돼지는 반경 3킬로미터 이내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병에 걸렸든 안걸렸든, 해당 범위 내의 우제류 가축을 모조리 살처분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가축을 한꺼번에 살처분, 매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돼지의 숫자가 많다보니 생매장은 주로 돼지가 해당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생매장 현실에 대해 "질병 전파를 시급히 차단하는데 목적을 두느냐, 아니면 동물 복지에 목적을 두느냐, 어디에 비중을 둘 지의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일이 약물주사로 살처분할 경우, 수의사 인력의 문제도 있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 구제역이 워낙 빠르게 전파되다보니,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매장은 피할 방법이 없을까요?

= 약물주사가 시간이 걸린다면 전기충격기 즉 전살기나 가스에 의해 안락사 시키는 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전살기는 1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지자체의 여건이 여의치 않거나 편리한 방식을 쫓다보니 생매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올해 4월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는 4월20일부터 7월4일까지 모두 28만 마리 이상의 가축을 살처분했는데, 생매장은 한 건도 없었고 모두 약물이나 전기, CO2가스에 의한 살처분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우리 현장 공무원이나 수의사들도 구제역이 1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연일 살처분과 매몰, 차단방역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다.

그러한 노고는 충분히 감사해야 하겠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당면한 신속한 방역대책과 현행법규에 명시된 가축의 안락사, 이 둘을 조화시켜 나가는 것은 농식품부나 지자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leejw@cbs.co.kr

구제역, 수도권에서 강원·충남·전국확산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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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포탄 맞은 경기북부는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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