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구제역..축산연구소까지 뚫려(종합)

2010. 5. 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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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소와 돼지의 품종 개량 등을 연구하는 축산연구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가축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제역 발생 지역의 광범위함이나 경제적 피해 측면에서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치닫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됐는지는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아 방역 당국은 애를 태우고 있다.

◇역대 최악의 구제역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이번 구제역은 정부 수립 후 발생한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발전했다.

우선 발생 범위가 가장 광범위하다. 인천 강화-경기 김포-충북 충주에 이어 충남 청양으로까지 확산되면서 4개 시.도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구제역이 가장 확산됐던 것은 2000년이다. 당시엔 경기 파주와 충남 홍성, 충북 충주 등 3개 도(道), 6개 시.군에서 발생했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살처분 규모도 점점 불어나면서 경제적 피해도 사상 최고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 강화에서 3만1천278마리, 경기 김포에서 425마리, 충북 충주에서 1만1천537마리가 살처분된 데 이어 충남 청양에서도 5천495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모두 합치면 4만8천735마리에 달한다.

살처분 규모로는 아직 역대 최대였던 2002년(16만155마리)을 넘어서지 않았지만 살처분 보상금은 2002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2년 지급된 살처분 보상금이 531억원이었는데 이번엔 8차 발생 농장인 충주 때까지 집계된 액수만 530억원이다.

10차 발생지인 충남 축산기술연구소는 국가기관이어서 살처분 보상금이나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변에 농가들이 있어 곧 사상 최대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피해의 다른 한 축인 수매 비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제때 소.돼지를 시장에 내다팔지 못하는 농가가 늘면서 정부가 이를 사들이는 수매 비용이 불어나는데 구제역이 종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라 할 만한 셈이다. 이번 구제역이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명쾌하게 감염 경로나 매개 같은 역학적 연관성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계절적으로도 구제역 전파에 최적의 시기여서 방역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는 구제역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역 철저한 축산연구소도 뚫려이번 구제역은 또 일반 가축 농가가 아닌 축산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축산연구소는 가축에 관한 한 전문가들이 모인 국가기관이다. 그 역할도 종우(씨소), 종돈(씨돼지) 등을 개량해 번식용 정액이나 새끼가축를 분양하는 일이다.

또 소나 돼지의 품종.품질 개량 등을 연구해, 일반 사육 농가에 비해 철저하고 전문적인 방역과 위생 조치가 취해진다. 그런데도 구제역이 걸렸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방역 체계의 부실 우려를 낳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반 가축 농가는 구제역에 걸려도 축산연구소가 걸려서는 안 되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충남도가 운영하는 곳으로, 소와 돼지를 합쳐 1천540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 중에는 종우, 종돈이 포함돼 있으나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됐다. 또 연구소가 보관 중인 소.돼지의 정액, 사료 등은 모두 폐기 처분된다.

하지만 긴급 가축방역협의회 결과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3㎞로 넓히지는 않기로 했다. 연구소 앞에 넓은 사료 재배지가 있고, 지형적으로 연구소가 다른 농가들과 떨어져 고립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 이 연구소와 역학적 연관이 있는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 또는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연구소에서 1주일 이내에 종돈을 분양받아간 충남 서산의 돼지 농장 2곳은 예방적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또 돼지 정액을 공급받은 농장 1곳은 이동제한과 집중예찰 조치를 취하고, 지난달 22일 송아지를 분양받은 농장 9곳은 집중예찰만 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 매뉴얼상 구제역 발생지에서 1주일 이내에 씨가축을 분양받아간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의 침입 경로를 밝혀내기 위해 밤을 새워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명쾌한 단서는 포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화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가 지난달 4일 가축을 출하한 도축장에 이 연구소에서 열흘 뒤인 14일 돼지 4마리를 출하한 사실을 밝혀냈다. 도축장을 매개로 바이러스가 옮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A사료회사의 강화대리점이 지난달 1, 2일 2차, 4차 구제역 발생 농장에 사료를 공급했는데 이 회사의 대천대리점도 8일부터 연구소에 사료를 공급했다.

이창범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금은 추정하는 단계이고 그것이 확신한 감염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감염 돼지에 대한 항원(바이러스).항체 검사에선 항원만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 항체가 형성될 만큼 감염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은 증상이 나타나기 9일 전쯤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이번 감염 돼지가 감염된 시점은 지난달 22일 전후여서 도축장이나 사료차량을 통해 전파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범 축산정책관은 "연구소는 외부에서 가축을 들여온 일도 없고, 연구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일도 없다"며 "사료 반입이나 가축 출하 과정에서, 또는 직원들을 통해 옮겼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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