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섬 절반이 '불바다'된 황제도

맹대환 2012. 1. 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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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지역 화재 대응능력 보완 시급

【완도=뉴시스】맹대환 기자 = 전남 지역 한 섬에서 낚시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섬의 절반 이상이 재로 변했다.

이번 화재에서도 도서 지역의 취약한 소방 대응능력이 여실히 드러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동백리 황제도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57분께 황제도 갯바위 인근에서 불이나 이틀째인 이날 오전까지 잔불 정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불길은 깊게 우거진 잡풀을 따라 순식간에 섬을 뒤덮기 시작했고 결국 섬 면적 0.6㎢의 절반이 넘는 0.4㎢ 가량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불이 나자 마을 주민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대피했으나 불길에 접근 조차 쉽지 않아 본섬인 금일도에 있는 읍사무소와 소방서, 해경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황제도에는 어깨에 메는 분무소화장치 3대만 비치돼 있을 뿐, 소방관과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상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황제도에 거주하고 있는 12가구, 주민 16명 대부분이 노령화돼 분무소화장치를 어깨에 맬 수도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6시간여 만에 섬에 도착한 공무원, 소방관, 해경 등 70여 명은 헬기 2대를 동원해 12시간여 만인 15일 오전 10시께 산불을 진화했다.

하지만 꺼진줄로 알았던 산불이 16일 오전 1시께 되살아 나면서 불길이 마을 쪽으로 향하자 다시 공무원과 소방관, 해경 등 80여 명이 동원돼 큰 불길을 잡고 잔불을 정리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낚시객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불을 피웠다가 산으로 옮겨 붙었다"는 주민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황제도 마을이장 김상표씨는 "섬에 불을 끌 수 있는 장비나 인력이 없어 집채만한 불길을 그저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며 "소방인력 출동이 조금만 늦었다면 섬 전체가 불바다로 변할 수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전남 지역 섬은 296개에 이르지만 소방인력과 장비가 배치된 섬은 100가구 이상 사는 11개 면 단위 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 11개 섬에 근무하는 소방인력도 고작 20명에 불과해 2교대 근무 여건을 감안하면 소방관 1명이 직접 소방차를 운행해 불까지 꺼야하는 상황이다.

또 11개 섬 중 소방펌프차와 구급차를 모두 갖춘 지역은 완도 금일·노화, 신안 비금·흑산·안좌 등 5개 섬 뿐이고 나머지 섬은 펌프차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0일에도 완도군 금일도 수협 수산물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공장 2개동 1300m² 가량과 다시마, 미역 등 가공 수산물을 모두 태우고 7시간 만에 꺼졌다.

당시 119는 2시간40여 분 만에 해경 경비정으로 화재 진압대원 3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완도소방서 관계자는 "그동안 취약한 섬 지역 화재 대응능력이 수 차례 지적돼 왔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보완되지 않고 있다"며 "섬에서 불이 나면 소방관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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